대회의 성공적 개최 배경에는 후원사들의 각종 후원이 있었다. 이번 대회 후원사는 후원 수준에 따라 공식 FINA 파트너, 내셔널 스폰서, 공식 FINA 서플라이어, 내셔널 서플라이어, 내셔널 서포터 등으로 나뉜다. 공식 FINA 파트너에는 삼성전자, 일본 니콘, 야쿠르트, 중국 농푸그룹, 이탈리아 아레나, 스위스 오메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내셔널 스폰서는 모두 한국 기업들로 채워졌다. KT, 광주은행, 중흥건설, 아시아나항공, 서울텐트, 기아자동차, 롯데제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내셔널 스폰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광주은행, 중흥건설 등은 광주에 본사가 있어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수구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대한민국 대 뉴질랜드 경기를 관람한 후 대한민국 수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여기서 눈에 띄는 기업은 한전이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10개 자회사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30억 원을 후원했다. 그 대가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는 대회 지식재산권인 로고와 마스코트 및 공식 후원사 명칭을 각종 홍보물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한전에 제공했다.
그런데 한전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스포츠 대회 후원 여력이 됐는지 의문이 든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2080억 원, 순손실 1조 1745억 원이라는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영업손실 6299억 원, 순손실 7612억 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후원할 때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한전이 올림픽에 후원한 금액은 8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후원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액수지만 올림픽 당시에는 그나마 한전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을 때다. 사업보고서 조회 결과 내셔널 스폰서 중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업체는 한전밖에 없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2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각종 영업외 비용으로 인해 195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한전이 자발적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 후원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지난 7월 12일, 한전이 후원 계약을 체결할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세계적인 수영 축제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해 안정적 전력공급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 아닌 압박으로 인해 한전이 어쩔 수 없이 후원을 결정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초, 한전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한전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강요죄로 고발했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당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것이 뻔한데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과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한전공대 설립 등을 의결한 이사진을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전소액주주 소송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즉, 소액주주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전 재무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공기업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많은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한 발언이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관련기사 ‘강요 아닌 강요 같은…’ 공기업들 평창올림픽 후원 고민 빠진 까닭)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한전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했다”며 “우리가 먼저 후원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6월 13일 이낙연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와 조직위는 홍보를 강화하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경기를 많이 관람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후원 요청은 아니더라도 공기업인 한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전의 부채총액은 121조 원이었다. 2년 전인 2017년 3월 말 105조 원에 비해 16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자본총액은 72조 원에서 70조 원으로 줄었다.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을 거두는 한전 입장에서 30억 원의 후원액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전이 최근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논란이 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대기업들과 어깨 나란히…서울텐트는 어떤 회사?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내셔널 스폰서 중 눈에 띄는 또 다른 기업은 서울텐트다. 대기업인 KT 등과 비교하면 자산 규모나 매출 규모에서 훨씬 뒤처지고, 인지도에서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텐트는 1979년 ‘새마을 천막사’라는 이름으로 설립, 1997년 서울텐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서울텐트는 국내·외 박람회, 스포츠 행사 등 대규모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업체다. 일례로 1985년 남북 적십자회담 당시 판문점 행사용 대형텐트를 설치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관련 행사에 대거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대형텐트 및 편의시설 설치에 참여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행사 참여에 힘입어 서울텐트는 지난해 매출 218억 원, 영업이익 약 8억 원을 거뒀다. 대기업들에 비하면 부족한 실적이지만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실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재무구조는 다소 불안해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텐트의 부채비율은 257.41%에 달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