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성희롱예방교육. 사진=제보자 제공
강사는 자신을 한 사립대학교의 바이오학과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성희롱예방교육과는 무관한 분야의 강사가 온 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강의가 끝날 무렵 이 강사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진단을 팔기 시작했다. 글쓴이는 “공진단이 주가 되고 교육은 부가적인 느낌이었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성희롱 교육이라더니 손이 어디로 가 있는 것이냐’, ‘세금이 이런 데 쓰이는구나’, ‘어느 회사인가 봤더니 공무원이다’라는 덧글이 달렸다.
법정의무교육은 기업이 자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이라면 매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희롱예방교육·개인정보보호교육·감정노동자보호교육·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해당된다. 만약 정해진 기간 내에 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돼 교육담당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문제는 강사 관리다. 교육은 의무인 반면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 관리가 소홀하다. 특히 민간자격증의 경우 10여 시간만 투자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누구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민간자격증을 가진 강사들 중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라며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탓에 교육 내용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강사가 강의하거나 강의 도중 건강식품을 파는 등의 상업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의 ‘교육팔이’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불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대뜸 “사과 드린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정부에서 점검을 나갈 것 같아 전화를 드렸다. 무료로 강의를 해드리겠다”며 교육담당자를 속인 뒤 일정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산하기관을 사칭하며 교육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양성기관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와 민주노총 2곳뿐이다.
고용노동부도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재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한 법적 단속 조항이 없는 까닭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업체의 허위광고를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발견 즉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강사 자격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업체를 감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