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림산업을 둘러싸고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 건물 전경. 박정훈 기자.
대림그룹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26%를 보유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삼호, 대림씨엔에스, 대림오토바이, 대림에너지 등 25개 종속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서 이해욱 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을 위한 지분 정리는 2016년 말 끝났다. 이 회장은 2008년과 2015년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에이치앤엘과 대림아이앤에스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52.26%까지 끌어올렸다. 합병 전 이 회장은 대림에이치앤엘과 대림아이앤에스의 지분을 각각 100%와 99.17%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이준용 명예회장은 두 차례 흡수합병으로 89.80%이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42.65%로 낮아졌다.
이후 이준용 명예회장은 2015년 본인 소유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10%를 대림문화재단과 대림학원, 대림수암장학재단 등 그룹 공익법인에 증여했다. 또 2016년에는 남은 지분 32.65%를 그룹 외부 공익재단법인 ‘통일과나눔’에 기부했다. 이로써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이해욱 회장이 되고, 3개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한 동일인 측 지분 합계는 67.34%가 됐다.
그러나 최근 대림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대림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림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초 33.5% 수준에서 지난해 말 43%로 상승했으며, 지난 7월 12일 50%를 넘어섰다. 대림산업은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19.6%)을 포함한 동일인 측 지분 합계가 21.44%, 2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은 12.7%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외인 지분 확대가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지난 7월 23일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주주총회는 대림산업 오너에게 있어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해욱 회장 연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될 경우 시장은 당장 대림그룹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동 사안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대림산업이 한진그룹 전례와 일부 맞닿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 행동주의 펀드가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지분 확대와 오너리스크 등으로 비춰봤을 때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오너리스크 등이 불거지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투자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며 “한진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로 경영권이 흔들렸다고 보는 것은 오너 측의 주장일 뿐 투명한 경영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대림산업은 KCGI 같은 특정 세력이 아닌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니만큼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오너 일가에 책임을 물어도 경영권을 뺏기 위한 목적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진칼의 경우처럼 대림산업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리스크에 종종 휘말리는 것도 대림산업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지난 1월 오히려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5월에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논란이 불거졌다. 이 회장은 본인과 그의 아들 이동훈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APD를 통해 그룹 계열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으로부터 31억 원 상당의 상표권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대림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 지배력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며 최근 늘어난 외국인 지분은 투자 목적인 것이 확인됐다”며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별도로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APD 지분 전량을 오라관광에 무상으로 넘긴 바 있다“며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 [단독] ‘100억’ 연봉 이해욱 회장, 세금 8억 때문에 집 근저당 국세청이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서울 삼성동 자택 부지에 14억 5600만 원 납세담보제공계약을 설정한 사실을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했다. 국세청은 2017년 납세담보제공계약을 설정했으나 이 회장이 아직까지 체납액을 변제하지 않아 계약은 2년 6개월이 넘도록 해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6월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2017년 9월 지하 3층~지상 2층의 단독주택을 지었다. 해당 부동산의 토지 등기부를 확인해본 결과, 2017년 3월에 설정된 납세담보제공계약 근저당권이 아직 해제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납세담보제공계약은 세금 체납에 의한 근저당권이다. 이 회장 자택에 설정된 근저당권과 관련해 대림산업 측은 세금을 분할 납부키로 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로 설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회장 개인 소유의 자택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세금을 분할납부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실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8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으로부터 103억 원의 연봉을 받아 고액 연봉 총수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 4월 1일 대림코퍼레이션의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급여 33억 6800만 원, 상여 70억 원으로 총 103억 68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이 972억 5000만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에도 높은 수치다. 10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세금 8억 원을 해결하지 않은 것이다. 여다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