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취재 결과 사업철회 주요 원인은 현지에서 리튬 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칠레 정부나 공급업체와의 입장차는 물론 안일한 접근방식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자세한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사진=일요신문DB
포스코·삼성SDI 컨소시엄은 지난해 3월 칠레 생산진흥청(CORFO)으로부터 현지에서 리튬을 원료로 전기자동차용 고용량 양극재를 생산하는 리튬프로젝트 사업자에 선정됐다.
칠레는 볼리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리튬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로 생산진흥청(CORFO)은 지난 2017년 리튬 후방산업 확대와 자국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삼성SDI 컨소시엄은 칠레, 중국, 미국, 러시아, 캐나다, 벨기에 등 7개국 12개 기업들이 참여한 입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사업자로 낙점 받았다.
포스코·삼성SDI 컨소시엄은 575억 원을 투자해 칠레 북부 메히요네스시에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이후 합작법인은 2021년 하반기부터 연산 3200톤 규모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구상이었다.
컨소시엄 중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리튬사업에 뛰어든 포스코가 기술과 생산 등을 총괄하고, 삼성SDI는 전기차용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조건으로 지분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원료 수급 문제로 사업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컨소시엄은 당초 칠레 정부로터 이 나라의 수출최저가 리튬을 원료로 공급받기로 했다. 원료 공급처는 세계최대 리튬원료 생산기업인 알버말이었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칠레정부·알버말과 원료 제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컨소시엄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가 점차 선호하는 리튬 수산화물을 요구했지만 칠레에서 알버말은 이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대신 알버말은 이 나라에서 소비재 전자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금속인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리튬이온 배터리. 사진=삼성SDI
결국 컨소시엄은 ‘원료수급 문제’라는 악재를 만나 사업을 최종 철회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이 사업에선 손을 뗐다. 삼성SDI는 포스코 사업철회 당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보여오다 최근 사업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사와 삼성SDI간 칠레 현지 합작법인의 지분 비율은 대외비라 알려줄 수 없다”며 “콘소시엄과 현지 리튬 최저가 공급에 대해 칠레 정부와 생산자간 협상이 교착됐다. 당사는 사업계획 당시 조건과 맞지 않아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그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비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고 따라서 손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컨소시엄 주역은 당사가 아니라 리튬사업 노하우를 가진 포스코다. 당사는 단순히 제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참여했었다”며 “포스코가 사업을 철회하기 전 당사와 협의했고, 당사도 비슷한 시기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리튬은 충전하면 거듭해서 쓸 수 있는 2차 전지 원료이자 친환경 에너지 원료로 꼽히며 휴대폰 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필수 소재인 양극재 시장은 2016년 21만 톤에서 2020년에는 86만 톤까지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