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9.22%. 이 최악의 성적표에는 정보위원회가 한 역할을 했다. 사진= 멈춰선 국회. 박은숙 기자
미처리율이 가장 높은 상임위는 정보위원회(88%)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법제사법위원회(86%) 교육위원회(84.4%) 행정안전위원회(82.8%)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78.1%)가 이었다. 운영위원회(74.7%) 문화체육관광위원회(73.4%) 정무위원회(72.6%)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72.3%) 국방위원회(68.7%) 환경노동위원회(67.2%) 기획재정위원회(65.9%)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39.6%) 순서였다.
정보위의 유일한 소관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민생 법안보다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법안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상임위에 비해 발의되는 법안의 개수도 적다. 20대 국회 들어 정보위에 올라온 법안은 30개다. 이 중 29개는 국회의원이, 한 개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사이버안보법’을 발의한 것이다. 그나마 30개 가운데 20대 국회 후반기(지난해 7월 이후)에 발의된 법안은 고작 4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 국정원 특활비 등의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정보위에 이목이 쏠리지만 그때마다 법안이 발의되진 않는다. 정보위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발의 법안 개수가 적은 이유는) 다른 상임위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국방위에서 국방 관련된 현안이 많이 올라오니 그만큼 정보위에서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훈 국정원장을 만난 것과 같은 이슈도 떠오르긴 하지만, 법 제정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아무래도 정보위라는 상임위 특성 때문에 성적이 저조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발의된 법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 9부 능선을 넘었다 할지라도 법사위를 통과하는 건 쉽지 않다. 온갖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단 한 의원만 반대해도 이를 통과시키지 않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제1소위원회와 제2소위원회로 나뉘는데, 각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들은 2소위로 상정된다. 하지만 2소위에서 법안이 상정됐다 할지라도, 통과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가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합의 없이 법사위로 온 법안은 ‘파기환송’하겠다는 의미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가끔 복잡하고 처리하기 예민한 법률이 올라오면 ‘그냥 법사위로 박아버리자’라는 말을 종종 하더라”라며 “그만큼이나 법사위에 올라가면 ‘함흥차사’라는 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에 올라온 법안은 1629건이다. 이 가운데 처리된 건은 229개로 고작 14.06%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교육위는 최근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로 한창 시끄러운 상임위다. 얼마 전에는 ‘유치원 3법’ 통과로 소란을 빚었다. 이밖에 무상급식이나 국정교과서, 국가교육위원회 등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민감한 안건인 만큼 내부에서도 항상 충돌이 생긴다. 여야의 정치적, 이념적 마찰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에서 교육위 발의 안건은 795건으로 다른 상임위와 비교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단 88건만 처리되며 처리율 역시 지지부진했다. 교육위 소속 한 보좌관은 “교육법이라는 것이 산업 분야에 비해 발의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으며, 주제 자체가 민감하기 때문에 발의만 하면 쟁점이 된다. 그리고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한편으론 발의되는 법안들이 올라오면 병합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초중등교육법 같은 것도 유치원3법으로 인해 대안심사 처리됐다”고 말했다.
농해수위는 17개 상임위 가운데 가장 높은 법안 처리율을 기록했다. 큰 정치적 이견이 없는 만큼 여야 간 마찰을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다. 상정되는 법안들 대부분 농업과 수산업, 축산, 식품에 관한 것이며 농민과 어민들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 가축전염병 예방법과 관련된 법안 등이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여야 정치싸움이 없고 농민과 어민을 위한 입법 처리가 신속한 편”이라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