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민정수석이 7월 26일 춘추관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의 가족과 재산 이슈는 인사검증의 첫 번째 관문이다.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알려진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씨는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다. 부부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고위공직자재산공개 관보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조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자산은 17억 5000만 원 상당이다. 서울 성북구의 건물, 부산 해운대 연립빌라, 경남 양산의 오피스텔 전세권 등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예금이다. 조 후보자 명의의 예금은 6억 원, 아내는 27억 원, 딸은 6300만 원, 아들은 5200만 원 상당이다. 가족 몫의 예금이 34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예금 자산 중 아내의 펀드 투자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 씨가 보유한 사모펀드 금액은 9억 5000만 원이다. 자녀 역시 사모펀드에 각각 5000만 원씩 투자했다. 그런데 투자한 펀드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을 매입, 매각하며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개인 투자자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10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신생 운용사인 C 사 펀드에 거금을 투자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C 사는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이 3억 원 이상이다. 따라서 정 씨는 10억 5000만 원의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고 이를 자녀에게 5000만 원씩 증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19세 이상 성년 자녀에게는 10년 단위로 5000만 원까지 증여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의 아내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판단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각종 M&A를 통해 수익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입김이나 눈치보기식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정수석의 지위에 있던 걸 감안하면 이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투자에 대해서 시장과 개인 모두가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무능력과 관련해서는 민정수석 재직 시절 인사검증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을 지내는 내내 인사검증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조각부터 인사검증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상대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게 드러나 청문회 전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등 문제로 청문회 후 사퇴했다. 이밖에도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가 16건에 달한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실패는 조 후보자의 책임론을 불렀다.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 문제도 걸림돌이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과 경호처 직원의 술집난동이 화근이었다. 거기다 특별감찰반의 골프향응과 월권이 복무기강 해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야권은 조 후보자를 지켰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폭로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큰 위협이 됐다. 민간인 사찰 등 청와대의 직권남용에 대한 폭로내용 탓이었다. 청와대는 참모들에 대한 경질 대신 특별감찰반 해체로 사태를 수습했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1일 서울대학교로 돌아갔다. 교수로 복직했지만 다시 휴직계를 내고 장관을 맡을 것이란 입각설에 학생들의 반발이 컸다. 일부 서울대 학생들과 야권은 조 후보자의 입각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 후보자는 9일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제 소명이다.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