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이 자유무역 원칙을 강조하며 이 문제에 대한 아세안측의 우려를 언급하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공개석상에서 “우려를 들어본 적 없다”고 반박하는 등 양 측간 설전이 오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강 장관은 2일 오전 방콕 센터라그랜드호텔에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모두발언에서 끝내 단행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각의 결정은 “매우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조치”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역내 주요 무역상대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한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아세안 측이 자유무역 원칙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은 전날 발표한 제 52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주요 무역 상대국과 관련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으로서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원칙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견지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아세안 측으로부터 우리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불평을 들은 적이 없다”며 “강 장관이 제기한 불평의 출처를 모르겠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안보적 관점에서 민감한 상품과 기술의 수출에 대한 효율적 관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일본의 의무이자 자유무역 원칙에 입각한 필요하고도 합법적인 조치”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그리도 앞으로도 (타국보다) 우대를 받거나 혹은 아세안 각국과 동등한 대우를 향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어떠한 불평도 받지 않은 이유”라며 “이에 대해 어떠한 문제제기도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후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고 “남쪽에 있는 국가”라고 언급하며 수위를 낮췄다.
그러자 한 아세안 국가의 외교장관은 한국과 아세안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한 고노 외무상의 발언을 통해 자신들이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것을 처음 알았다며 지역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중요한데 이런 차원에서라도 화이트리스트 확대가 아닌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세안+3회의에서 공개 부분에서 가장 먼저 모두발언을 한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일 갈등과 관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아세안+3회의에 이어 한미중일 등이 참석하는 EAS (동아시아 정상회의) 외교장관회담과 ARF 참가국 장관들이 모두 모이는 공식 오찬에서 고노 외무상과 계속 대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4시 한미외교장관회담에 이어 4시 30분부터 열리는 한미일 3자 회담에서 고노 외무상과 다시 만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