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3월~2019년 3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조 1976억 원의 매출과 683억 원의 영업이익을, 혼다코리아는 4674억 원의 매출과 1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닛산은 매출 2107억 원에 영업손실 141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나 혼다코리아에 비하면 한국닛산의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서울 강남구 닛산 프리미어오토모빌 강남점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한국닛산은 실적도 좋지 않지만 재무 상황도 심각한 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닛산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340억 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또 한국닛산의 부채총액도 지난해 3월 말 1377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1450억 원으로 늘었다. 한국닛산 감사를 진행한 한영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닛산 측은 재무로 인한 문제는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감사의견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언급된 이유는 작년부터 강화된 감사절차 및 심사 때문”이라며 “유동부채의 대부분은 관계사 거래 및 본사 차입금이며 이는 본사와의 연간 계획에 의해 따라 운영되는 것이므로 사업상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닛산의 매출이 하락세에 있어 향후 전망은 좋지 않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그 전해보다 늘어났지만 한국닛산의 매출은 2831억 원에서 2107억 원으로 줄었다. 국내 닛산 자동차 판매량도 2017년 6285대에서 2018년 5053대로 줄었다. 한국닛산은 올해 상반기에도 1967대를 판매해 이대로라면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한국닛산이 예전부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건 아니었다. 2015년 3월~2016년 3월, 한국닛산은 2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 한국닛산이 ‘캐시카이’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캐시카이는 알티마와 더불어 한국닛산의 주요 상품이었지만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한국닛산은 캐시카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캐시카이는 알티마와 더불어 한국닛산의 주요 상품이었지만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한국닛산은 캐시카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닛산자동차의 부진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 3724억 엔(약 25조 8286억 원), 영업이익은 16억 엔(약 174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98%가 감소했다. 이에 닛산자동차는 2022년까지 1만 2500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전체 차량 모델 수를 10% 이상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크리스티안 슈타들러 영국 워릭 경영대학교 교수는 미국 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같은 핵심 시장에서의 경기가 둔화되고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디젤 엔진 단속에 대비한 지속적인 기술 경쟁 등이 닛산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도 실적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닛산 본사의 실적이 부진하면 당연히 한국닛산에도 영향이 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닛산은 269억 원의 미수금이 있다. 이중 262억 원이 닛산 해외 계열사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다. 닛산의 자산총액이 1110억 원이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8억 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반일감정이 불고 있어 한국닛산 입장에서는 악재가 늘었다. 당초 한국닛산은 지난 7월 16일 ‘6세대 신형 알티마’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한국닛산은 “내부사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반일감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닛산 판매량 5053대 중 알티마가 4415대를 차지할 정도로 알티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이번 신형 알티마의 판매량이 한국닛산의 올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는 “신형 알티마는 닛산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이 총 집약된 닛산의 대표 중형 세단”이라며 “신형 알티마를 통해 중형 세단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고, 나아가 수입 세단 시장의 부흥을 이끄는 선도자로써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상품성으로 평가 받은 닛산 브랜드의 대표 모델들을 대거 출시해 새롭게 차량 라인업을 구성했다”며 “고객 만족을 중심으로 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AS 확충 등 국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반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한국닛산 해임된 임원 자주 보이는 사연 한국닛산은 유난히 해임된 임원이 많다. 당장 지난 6월 아츄시 나지마 전 한국닛산 감사가 해임됐고,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야마모토 신고 전 한국닛산 대표가 해임됐다. 이밖에 나카야마 다이스케 전 한국닛산 이사(2011년 6월 해임), 하니시 다카시 전 이사(2014년 6월 해임), 나이토 켄지 전 기타비상무이사(2017년 6월 해임) 등이 해임됐다. 이외에도 상당수 임원들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퇴진했다. 임기를 정상적으로 채우고 퇴임한 한국닛산 임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자회사 혹은 타 지역으로의 파견 혹은 인사 교류로 인한 건”이라며 “한국 외에 다른 마켓으로 파견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행정 간소화를 위해 해임으로 기록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츄시 나지마 전 감사는 현재 닛산 필리핀 법인에서 일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같은 일본계 기업인 한국토요타자동차나 혼다코리아의 경우 사임한 등기임원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해임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 기업 역시 인사 교류로 인해 사임 형태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부 인사를 통해 임원을 교체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한국닛산처럼 해임 형식으로 교체하는 사례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해당 인원 중 대부분은 닛산의 다른 해외 시장에서 성실히 근무 중”이라며 “전혀 부정적인 이슈가 아니며 한국닛산은 기업 운영과 관련해 투명성 및 공정성을 지키고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