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선수한테 ‘대박’이 터지려면 실력 외에 행운도 뒤따라야 한다. 올 시즌 LA 다저스 류현진(32)의 행보가 그렇다.
8월 1일(한국시간)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비록 승수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지난 6월 29일 같은 마운드에서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무릎을 꿇었던 악몽을 완벽히 지워낸 성적이었다.
기분 좋게 원정 경기를 마치고 홈으로 돌아온 그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LA 다저스의 정정 요청을 받고 7월 15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남긴 류현진의 2실점이 비자책점으로 수정되었고, 이로 인해 1.66의 평균자책점이 1.53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보스턴전에서 류현진은 1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가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지만 1루수 데이비드 프리즈가 원바운드로 오는 공을 포구에 실패했고 그사이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와 2실점이 되고 말았다. 테일러의 실책성 플레이로 보였지만 당시 공식 기록원은 2실점을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인정했는데 이후 다저스 구단과 릭 허니컷 투수 코치가 정식으로 정정 요청을 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기록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2일 수정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자료를 살펴보면 1회말 만루가 된 상황부터 수정이 됐다. 1사 1루에서 나온 잰더 보가츠의 내야 안타를 테일러의 실책으로 수정한 것. 테일러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실점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고, 만루에서도 테일러의 실책이 없었다면 실점이 2점이 아닌 1점으로 줄었을 것이라고 공식 기록원이 뒤늦게 판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류현진이 책임져야 할 자책점은 2점에서 0점으로 바뀌었다.
2일 다저스의 한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의 기록이 수정된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보스턴전 마치고 필라델피아로 원정 경기 중에 다저스 구단과 허니컷 코치와 함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기록 정정 요청 메일을 보냈다. 기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시프트가 걸려 있었고, 투수 입장에서는 유격수가 바로 송구했을 경우 아웃이 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실책이 나오면서 점수를 내줬다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구단도 애매하고 민감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의 기록이 수정될 경우 크리스 테일러의 실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류현진만 생각한다면 더 강하게 정정 요청을 하는 게 맞지만 다른 선수의 기록과 맞물려 있다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즉, 류현진의 기록이 수정되면서 크리스 테일러의 실책은 늘었고, 잰더 보가츠의 안타는 1개 줄어든 셈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연봉조정 자격을 얻는 크리스 테일러 입장에서는 실책이 늘어나는 게 반가울 리 없는 상황. 그럼에도 잘못된 부분은 수정이 되는 게 맞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례적으로 기록 정정까지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사무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다저스 구단은 또 한 차례 답변을 재촉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결국 17일 만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다저스 구단에 기록 정정이 완료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