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인은 최근 마무리된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 대해 “많은 관중 분들이 와서 응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인사를 전했다.
[일요신문] 약 2주간의 일정 끝에 마무리된 2019 광주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숱한 화제와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팀 단체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배영 종목에서는 출발대 불량으로 재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과 별개로 다이빙 종목 최초 메달을 따고, 여자 수구팀 결성 등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남자 자유형 50m, 혼성 계영 400m 등 경영 종목에서는 5개의 한국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대회 첫 한국 신기록은 여자 계영 400m(3분 42초 58)에서 나왔다. 신기록 작성으로 역영을 펼친 수영 대표팀 정유인을 지난 4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열정적 응원에 한국 신기록까지
대회 폐막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유인은 “여전히 대회 현장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수영을 해왔지만 이번 세계 선수권은 가장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가장 큰 응원을 받은 대회였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대회였기에 출전권이 늘어나며 운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예선전에만 나서며(한국 신기록 세웠지만 예선 15위로 본선 진출 실패) 1경기로 내 일정은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응원해주신 관중들의 함성만큼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큰 함성소리에 경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도 나갔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됐던 것 같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정유인의 친오빠 정태양 씨는 “온 가족이 광주에 내려가서 직접 경기를 지켜봤다. 정말 많은 관중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더라. 우리도 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이 쉴 정도였다”며 말을 보탰다.
정소은, 이근아, 최지원과 함께 계영 400m에서 네 번째 주자로 나선 정유인은 3분 42초 58을 기록하며 터치패드에 손을 댔다. 약 1년 전 국내 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했던 한국 신기록을 1초 이상 앞당기는 기록이었다. 그는 “당연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전에도 신기록을 수립한 적이 있지만 큰 대회였기에 감정이 남달랐다”며 소감을 전했다.
당초 이번 대회는 정유인의 계획에 없었던 그야말로 갑작스런 대회 참가였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 기간이 내 개인 일정표에는 ‘휴가’로 적혀 있었다(웃음).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기록 내자’고만 생각했는데 3위를 해서 계영 대표팀에 들어오게 됐다”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대회에 나설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영에서의 계영 또한 육상 종목 계주가 그렇듯 1번과 4번에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을 배치한다. 정유인은 이번 대회에서 4번 주자로 나섰다. 그는 4번으로 나선 배경에 대해 “특이하게도 어릴 때부터 단체전에 강했다. 그래서 4번으로 나선 경험이 많았다”면서 “이번 대표팀 코치 선생님이 고등학교 때 나를 지도하신 선생님이셨다. 내 성향을 잘 알고 계셔서 그런지 ‘너는 처음부터 4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 나도 기꺼이 지시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SNS 스타‘ 정유인을 만든 사진. 그는 “몸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운동은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사진=정유인 본인 제공
수영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선 정유인이지만 온라인에선 남다른 근육질로 더 알려져 있다. 수영이라는 비교적 비인기 종목 선수임에도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7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팔로잉’을 하고 있다. 이따금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건강미 넘치는 그의 팔근육과 등근육 사진이 공유되기도 한다.
“전부터 여러 사이트에서 내 사진이 돌며 관심을 조금씩 받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인터넷 기사가 나오면서 팔로워가 많이 늘어났다. 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원래 사진 찍고 업로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데에는 남다른 체형이 한몫했다. 일반적인 수영 선수보다도 더 넓은 어깨를 자랑한다. 건장한 체구의 친오빠와 옷을 같이 입을 정도다. 정유인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근육이 앳된 얼굴과 대비되며 눈길을 끈다. 그는 “때론 ‘약물 복용을 한 것이 아니냐’는 댓글이 종종 달리곤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학생 때부터 끊임없이 도핑테스트를 한다”며 웃었다.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탄탄한 근육은 타고난 것이었다. 그는 “근육 자체가 좀 크게 타고난 것 같다. 지금은 일부러 웨이트를 한다거나 몸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일부러 단백질 섭취를 따로 하는 편도 아니다”라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어린 시절부터 ‘몸짱’의 잠재력은 있었다. “수영을 꾸준히 했고 지상훈련도 열심히 하기는 했다. 어릴 땐 좀 말랐으면서 근육결이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다. 체지방율이 낮아서 측정 기계가 오류가 날 정도였다. 그때도 어깨는 넓어서 같이 훈련하던 오빠들이 나를 ‘어깨’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그는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근육에 있던 살이 붙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고 성인이 돼선 종종 술도 마시고 하니까 ‘벌크업’이 되더라. 이런 몸이라 따로 웨이트는 하지 않고 오히려 줄이려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진 정유인은 “언젠가 바다 가까이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정유인 본인 제공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이 끝나고 나서도 그는 곧장 강원도 양양으로 달려가 1박 2일간 서핑을 즐겼다. 그는 “작년엔 2주에 한 번씩 갔었다. 주말에 신나게 놀고 오면 주중에 있는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핑을 처음 접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가족들과 함께 TV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양양으로 떠났다. 처음 경험하는 서핑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는 “쉬는 기간에도 물속에 있는 게 지겨울 것 같다는 친구들도 있는데 운동과 노는 건 느낌이 다르다. 나는 수영 선수니까 남들보다 물속에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다”며 웃었다. “먼 미래에는 양양처럼 바다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이 꿈이다”라고도 했다.
서핑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때론 오해를 받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내가 수영을 그만 둔줄 아신다. ‘매일 놀러만 다닌다’면서(웃음). 훈련 기간에도 사진을 올려서 그런 것 같다”면서 “전에 찍어 뒀던 사진을 나중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해명했다.
최근에는 대한보디빌딩협회 관계자로부터 “(보디빌딩을) 해봐도 괜찮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런 대회 현장을 갔는데 재미도 있었고 선수들이 멋지게 느껴졌다. 자신을 한계까지 끌고 내려가지 않나. 나도 그런 도전을 좋아한다. 1년에 한 번 씩 다이어트 할 때 남들이 독하다고 할 정도로 절제한다. 고구마도 좋아하고 닭가슴살도 좋아한다(웃음)”며 눈을 반짝였다.
이에 ‘수영이 지겨워진 것인가’라고 묻자 단호히 고개를 흔드는 정유인이었다. 그는 “여전히 수영이 재밌고 새롭다. 앞으로 수영으로 더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면서 “짧게는 오는 10월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 내고 싶다. 그동안 체전에서 유일하게 메달을 따지 못한 자유형 50m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그리고 선수생활 하면서 올림픽에 한 번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당장 올림픽이 1년 뒤에 개최되는데 본선 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수영 시작 함께한 정유인의 ‘단짝’, 오빠 5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는 정유인에게는 오빠 정태양 씨의 존재감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영 시작도 유아 스포츠단에 다니던 오빠를 따라서였다. 정 씨 또한 고교 시절까지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둘이 함께 지낼 때가 많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같이 수영장으로 가고 같이 집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정태양·정유인 남매 이후로도 오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길었다. 정유인은 “운동선수들이 사춘기 때 예민한 시기를 경험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형제들은 학교에서 아는 척하지 말라면서 싸운다던데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잘 다녔다”고 말했다. 함께 수영을 했기에 서로 많은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다. 성인이된 지금도 함께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정 씨는 “지금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어서 더 그런다. 나는 여자친구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빠의 존재는 동생을 대학으로 이끌기도 했다. 정유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실업팀 입단 생각만 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갈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스무살이 되고 나니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는 오빠가 부럽더라. 남들보다 1년 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운좋게 오빠와 같은 학교 같은 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학교 근처에서 둘이 함께 자취를 하며 더 우애가 깊어지기도 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 나선 이유도 이후 일정까지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들은 가족들과 저녁 식사가 예정돼 있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이들은 또 다시 함께 발걸음을 옮겨 갔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