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의원 개인은 유튜브 정치에 목매지만, 정작 그 부담은 보좌진들이 짊어진다. 7월 2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 유튜브 콘테스트 수상작 시상식을 갖고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씀’을 운영 중이다. 현직 의원과 당직자가 직접 출연해 미리 기획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선거법 개정’ 등 다소 딱딱한 주제가 주를 이루지만, ‘이니 굿즈 스노우볼’ 소개나 인턴 비서의 의원실 생활 등과 같은 내용으로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재 영입에도 유튜브를 활용했다. 8월 1일부터 청년 대변인 공개 모집에 나섰는데, 그 전형을 씀 채널에서 진행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개인 유튜브도 활기를 띠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어려운 법을 이해하기 쉽게, 금태섭 의원은 법안 소개 등을 가볍게 전달하는 콘텐츠로 인기몰이다. 박광온 의원은 의원실에 스튜디오를 마련할 정도로 영상 제작에 공을 들였다.
한국당은 6월 유튜브 제작 콘테스트를 통해 소속 의원들의 영상 제작을 장려했다. 한국당 홍보국은 당 소속 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본인 명의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1인 1영상을 의무적으로 제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콘테스트 결과 10명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향후 공천 때 SNS 역량평가 항목에서 가산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원유철 의원이 차지했다. 원 의원은 이전부터 꾸준히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콘테스트 대상을 받은 영상 제목은 ‘[핵유철의 인사이드] 악플읽기, 신조어 고사, 그때 그 심정’이다. 영상 속 원 의원은 자신을 향해 작성된 악플에 대해 해명했고, 예시로 등장한 신조어에 나름의 해석을 내놓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우수상(아이디어 부문)을 받은 강석호 의원의 유튜브 영상 역시 정보 전달이나 의정활동 보고의 성격과는 다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전투식량 ‘먹방’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한국당은 무겁고 딱딱한 의정활동, 발의 법안 소개하는 영상보다는 젊은 연령대에 호소할 수 있는 재밌고 가벼운 콘텐츠를 선택했다. 원유철 의원실에서 영상 제작을 담당한 관계자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영상보단 비록 내용은 부족할지라도 유권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긴 있었다”며 “선을 넘지 않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쉽진 않다”고 밝혔다.
콘테스트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유튜브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의원이 이번 영상 제작 이후 앞으로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자고 하더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당 취약 지지층인 젊은층의 관심을 모았다는 측면에서 유튜브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볼멘소리도 흘러 나온다. 주로 보좌진들 사이에서다. 국회 관계자들의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최근 “생산성 ‘0’인 일에 왜 그렇게 열과 성을 쏟느냐. 영상 편집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배운 적도 없는데 그냥 책 보고 영상 강의 찾아 들으며 더듬더듬하는 것이다. 감각이 있어서 배우면 금방 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강압적으로 요구하니, 그리고 당신들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할 형편이 안 돼서 매달려서 아등바등 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또 다른 게시자도 “유튜브 영상제작 조직팀에 갈아 넣을(참여할) 추천인 명단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공문을 뿌린 모 당, 위의 글을 읽고 오길 바란다”며 “‘열정페이’를 당당하게 설명하는 담당자 카톡 캡처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패스’한다”고 말했다. 실제 보좌진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야당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한 비서는 “(이런 사례는) 어느 의원실이라고 특정 지을 필요도 없다. 대다수 의원실 현실이 이렇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원실은 다 저렇다고 보면 된다. 비서들이 ‘스터디 그룹’ 등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공부한다”며 “심지어 국회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지도 않아 사비로 맥북을 구매해서 영상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도 ‘영상 편집을 원래 했었나’라는 질문에 “그런 게 어디 있냐. 시키면 해야지. 힘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최근 의원실 채용 공고에서도 유튜브 관련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영상 제작자 우대’, ‘영상 편집 숙련자’ 등이다. 심지어 ‘입법보조원’ 채용 공고에서도 ‘영상 촬영 및 편집’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 공고에 명시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상임위 정책과 입법 활동을 기대하고 의원실에 들어왔으나, 뜻과는 다르게 유튜브 영상 제작만 붙잡고 있는 직원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영상을 제작하는 한 비서는 “의원들은 유튜브에 대한 개념이 잘못 잡혀있는 것 같았다. 유튜브를 소통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 홍보, 의정보고 수단으로 본다는 것부터가 무리”라며 “의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