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와 SBS노조는 지난 4월 17일 윤석민 회장과 이재규 부회장, 유종연 전 SBS콘텐츠허브 사장을 배임죄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 지분을 기존 12.12%에서 15.22%로 끌어올리며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포함해 변화 가능성이 있는 다섯 가지 사안을 언급했다. TSK코퍼레이션의 상장과 SBS미디어홀딩스 관련 계열회사들에 대한 구조 변화, 물류부문 지주사격인 태영인더스트리의 가족 간 계열분리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상향 지정 등이다. 태영건설은 환경부문 중간 지주사격인 TSK코퍼레이션(62.61%)과 방송부문 지주사 SBS미디어홀딩스(61.22%), 물류부문 지주사격인 태영인더스트리(30.38%)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레저부문에서는 인제스피디움(100%)과 블루원(87.73%) 등을 보유 중이다.
태영그룹은 2002년 일찍이 윤세영 명예회장에서 윤석민 회장으로 태영(현 태영건설) 지분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낮은 편으로 꼽혔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과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각각 27.1%, 32.34%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윤 회장과 친족의 태영건설 지분 합계는 30.17%, 서암학술장학재단 지분 7.55%까지 합하면 37.72%다.
그러나 윤 회장의 지분이 확실한 안정권에 들어섰다고는 하기 힘들어 머스트자산운용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머스트자산운용과 국민연금공단(10.81%), 한국투자신탁운용(6.42%) 등의 지분을 합하면 32.45%다. 정부가 오는 2021년부터 공익재단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예고함에 따라 서암학술장학재단 지분이 제외되면 윤 회장 측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윤 회장은 이런저런 일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SBS노조는 지난 4월 17일과 25일 ‘뮤진트리’에 대한 SBS콘텐츠허브의 일감몰아주기와 태영건설에 대한 SBS홀딩스의 100억 원대 경영자문료 등에 대해 윤 회장을 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한 바 있다. 또 지난 5월 21일에는 급식위탁업체 ‘후니드’와 관련,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설 경우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발목을 잡을 명분이 많아진 셈이다. 실제로 머스트자산운용은 SBS미디어홀딩스와 관련 계열회사들에 대한 구조 변화에 대해 “회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지향점에서 어긋나고 있을 때 이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머스트자산운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월 4일 공시 당시만 해도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점, 삼성물산과 표대결을 펼쳤던 엘리엇이 법률자문사로 선정했던 법무법인 넥서스를 택한 점 등 때문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의 투자목적 변경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라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영참여 선언이 곧바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 역할로, 추후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 등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희생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율도 중요하지만, 목적이 변경됐다면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아직 경영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다. 머스트자산운용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전영준 변호사는 “(태영건설이 앞으로) 여러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 일부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주주 목소리를 내겠다는 차원에서 사전적 조치를 한 것”이라며 “당장 액션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신종’ 일감 몰아주기 논란 ‘후니드’ 향방은? SBS미디어홀딩스와 관련해 가장 최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위탁급식업체 ‘후니드’다. 후니드는 재벌 간 계열회사 합병을 통해 규제를 피하면서 태영그룹과 SK그룹의 계열회사 일감을 몰아 받은 ‘신종 일감몰아주기’ 업체로 지목됐다. 지난 5월 21일 참여연대와 SBS노조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 오너 3세 최영근 씨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밝힐 것은 없다”며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니드의 일감몰아주기가 논란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선제적으로 급식업체를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SK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최근 한 사업장의 급식사업을 CJ가 수주했는데, 기존 사업장의 업체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신설된 사업장의 급식업체를 공개입찰하면서 후니드가 아닌 다른 기업이 선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