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속내를 두고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케미칼은 지난 7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국내 사업 회사인 신설 법인과 관계 기업 지분 보유 회사인 존속법인(가칭 한화글로벌에셋)으로 인적 분할하고, 신설 법인을 한화케미칼이 흡수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화 측은 “석유화학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조속히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해 각 부문 역량을 결합시킴으로써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에 대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 계열사로 쪼개진 사업 구조를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일원화하면 태양광 사업을 총괄해온 김 전무가 한화케미칼을 진두지휘하면서 그룹 차원의 영향력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은 국내외 태양광 사업을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모으고, 여기에 석유화학사업과 소재산업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금융부문 자금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보면 차남에게는 금융계열사를 주기로 형제간 어느 정도 얘기가 된 것 같다. 형제경영이 확실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합병이 김동관 전무의 태양광 사업 실적 부진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재개에 따라 수요가 회복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업황이 불투명한 만큼 한화 태양광사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기에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케미칼과 합쳐 적자를 감당하게 하는 한편 태양광 사업의 실적 부진을 숨기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비상장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상장사인 한화케미칼과 합쳐지면서 자금수혈이 훨씬 용이해졌고, 부채비율이 확 줄어든다는 점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할 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1분기 말 부채비율은 514.7%에 달한다. 반면 한화케미칼 부채비율은 53.7%인데, 합병하면 부채비율은 92.7%가 된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빚을 한화케미칼이 떠안는 셈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이 김동관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케미칼로 보내 희석시키면서 (한화 삼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태양광사업이 정말 알짜 사업이고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다면 합병한 회사를 케미칼이 아닌 한화종합화학 밑으로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태양광 밸류체인 일원화를 통해 원가절감과 협상력 강화 등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한화케미칼 원료사업(폴리실리콘)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가공기술을 융합하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소재사업이 한층 탄력 받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화케미칼에 김동관 전무의 지분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며 ”김동관 전무 역시 통합법인이 되더라도 케미칼 전체 사업을 관여하는 게 아니라 태양광 사업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에이치솔루션을 위해…’ 한화 계열사 가치 높이기 분주 한화그룹이 계열사들의 가치 끌어올리기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신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한화시스템·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준비하는 등 국내외서 자금 마련에 분주하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연내 마무리한 뒤 내년에는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상장이 임박한 한화시스템은 최근 6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액면분할을 추진해 거래량을 늘리는 등 흥행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한화시스템 상장을 마치면 한화종합화학 상장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100% 자회사 한화종합화학글로벌에 9차례 자금을 수혈하며 해외 신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의 이 같은 행보는 지배구조 정점에 선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율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25%,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25%를 보유한 회사로, 한화에너지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도 14.49%로 보유했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시스템의 가치를 높이면, 에이치솔루션 자금 확보가 용이해져 경영 승계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시스템이 상장을 앞두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모습은 상장을 통해 현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뒤 ㈜한화 지분율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상장이 마무리되면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봤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