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한국미니스톱의 모태는 1997년 식품업체 미원(현 대상)이 설립한 ‘대상유통’이다. 당시 대상유통은 일본 편의점 ‘미니스톱’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IMF 외환위기 등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일본 미니스톱에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76.06%, 미쓰비시가 3.94%, 대상이 20%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6월 대상이 한국미니스톱 지분 전량을 일본 미니스톱 측에 매각하면서 완전히 손을 뗐다. 매각액은 주당 4만 945원으로 총 416억 원 수준이었다. 대상은 지분 매각 이유에 대해 “자산수익성 제고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미니스톱 편의점. 사진=고성준 기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니스톱의 점포수는 2533개다. CU(1만 3169개), GS25(1만 3107개), 세븐일레븐(9555개), 이마트24(3750개)에 이은 국내 5위다. CU나 GS25 등 경쟁사들에 비해 점포수는 적지만 지난해(2018년 3월~2019년 2월) 한국미니스톱의 매출은 1조 1637억 원에 달했다. 한국미니스톱은 그 전해(2017년 3월~2018년 2월)도 1조 1853억 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큰 변동 없이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예전 같지 못하다. 한국미니스톱은 2015년 13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듬해(2016년 3월~2017년 2월)는 34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7년 3월~2018년 2월에는 26억 원으로 더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해 영업이익은 46억 원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미니스톱을 비롯한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소위 ‘맥주 4캔 당 1만 원’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들이 일본 맥주를 행사에서 제외하고 있어 미니스톱도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던 듯하다”며 “(미니스톱이) 일본계 회사라 타격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인지도가 비교적 낮아서인지 타격이 아주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미니스톱 지점에서는 여전히 아사히맥주나 삿포로맥주 등 일본 맥주에 ‘4캔 1만 원’ 행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박형민 기자
하지만 모든 미니스톱 지점이 일본 맥주를 행사에서 제외한 건 아닌 듯하다. 일부 미니스톱 지점에서는 여전히 아사히맥주나 삿포로맥주 등 일본 맥주에 ‘4캔 1만 원’ 행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일본 맥주를 4캔 행사에서 제외하는 건 모든 점포가 공통으로 진행하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행사를 진행 중인 점포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전했다.
한국미니스톱이 지급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 원을 일본 미니스톱에 지불하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살 듯하다. 한국미니스톱은 2016년 3월~2017년 2월 일본 미니스톱에 53억 6415만 원을 냈다. 다음해에는 54억 4512만 원, 그 다음해는 55억 9992만 원을 지불하는 등 매년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의 최근 실적이 하락세임에도 순이익보다 높은 금액을 일본 미니스톱에서 가져가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실적이 하락세에 있고 CU나 GS25 등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매각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결국 불발됐다.
국내 기업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으면 최근 불거진 일본산 불매 운동의 여파를 피해갈 수도 있었지만 현재로는 매출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가맹점주들이 계약기간 만료 후 미니스톱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편의점 브랜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최근 사태가 장기적으로 진행되면서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은 정해지지 않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세븐일레븐은 일본계? 미국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일본 기업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세븐일레븐 운영법인 코리아세븐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지만 세븐일레븐 브랜드가 일본 회사 ‘세븐앤아이홀딩스’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에 코리아세븐은 점주들에게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일본 기업설을 부정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이지만 1990년 일본 ‘이토요카도’가 미국 세븐일레븐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일본계 회사가 됐다. 이후 이토요카도는 지배구조를 재편해 지주회사 세븐앤아이홀딩스를 탄생시켰다. 미국 세븐일레븐 법인은 현재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증손회사로 넓게 보면 일본계 회사에 속하는 셈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판매와 관련한 순매출의 0.6%를 기술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미국 세븐일레븐 법인에 지불해야 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신규 점포 디자인을 공개했다. 기존 네모 형태의 로고에서 ‘7-ELEVEN’이라는 글자가 적힌 마크로 변경한 것. 코리아세븐은 해당 디자인이 미국 본사와 연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리아세븐이 일본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코리아세븐 측은 해당 설을 일축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간판 교체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며 “발표는 7월에 했지만 기획 및 테스트는 일본 불매운동 훨씬 전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