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8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 했다고 밝힌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전북교육청 전경 및 김승환 교육감)
[일요신문=전주] 전광훈 기자 = 전북도교육청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학교폭력 처리 절차와 방법은 가해피해 학생간의 교육적 접근을 가로막고, 담당 교사들에게 과도한 행정업무를 가중시켜 교육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 법률은 ▲학교폭력 심의 교육지원청 이관 ▲경미사안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 ▲학부모위원 3분의 1 위촉 ▲행정심판으로 재심 일원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급 학교에서 운영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시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학부모위원 참여 비율을 줄였다. 기존에는 학부모위원이 과반수였지만 개정된 법률에 따라 3분의 1로 변경된다.
재심(불복) 절차도 기존에는 피해자는 지자체, 가해자는 교육청에서 맡던 것을 변경 후에는 도교육청 ‘교육행정심판위원회’로 일원화한다.
또 피해학생이나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 경미한 사안은 학교 자체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 9월 1일부터 도입된다.
경미한 학교 폭력은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이다.
문제는 학폭을 여는 장소를 비롯해 운영비, 행정적 절차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다.
여기에 ‘경미한 학폭사안’이란 기준이 모호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엔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는 등 4가지 경우에만 학폭 사안을 자체종결하게 했는데 학교별 접근 방식과 해석이 각기 다를 수 있어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폭위원 중 절반 이상은 평범한 학부모들이고, 학폭위원장을 맡는 교감과 학폭 담당 교사 역시 관련 전문가로 보기 힘든 일반 교사로 채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객관성 및 절차상 하자 등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여기에 대부분 학교들이 사태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많아 실제 법률안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학교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는 김승환 교육감 3기 공약중 하나로 학교폭력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결실을 나타냈다”면서 자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이번 법률안을 두고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자체종결 여부를 결정할 ‘학폭전담기구’에 교사만 들어가 있어 학부모를 포함한 구성원의 다양화도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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