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에 따르면 전국 143개 교회가 목사직 대물림인 세습을 했다. 세반연이 2013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다. 직계세습이 98건, 변칙세습은 45건이다.
등록 교인 10만 명으로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9년 7월 기준 전국 285개 교회가 세습교회로 확인된다. 사진 명성교회 홈페이지
아들이나 사위에게 목회지를 직접 물려주는 방법이 직계세습에 해당한다. 도림교회는 한국교회 세습 시초이자 직계세습의 적나라한 예다. 개척자 유병관 목사가 1973년 아들 유의웅 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유의웅 목사는 2007년 은퇴했다. 인천의 숭의교회는 3대 세습을 이룬 최초의 교회다. 숭의교회의 이성해 목사는 1993년 아들 이호문 목사에서 교회를 물려줬다. 이호문 목사는 다시 2008년 아들 이선목 목사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변칙세습 형태는 다양하다. 서로 규모가 비슷한 두 교회 목회자가 상대방 아들에게 각각 담임목사를 물려주는 교차세습,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세습, 다른 목사를 임용했다가 아들을 임용하는 쿠션세습, 교회를 곧바로 물려주는 대신 지교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몇 년 뒤 교회 간 합병하는 지교회세습 등이 있다.
김동춘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는 아들 길요한 목사에게 지교회인 과천왕성교회를 설립하게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두 교회가 합병되면서 아들 길요한 목사를 왕성교회 담임목사로 끌어왔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 58개, 서울 55개, 대전·충청 18개, 광주·전라 6개, 대구·경북 4개, 부산·경남 2개 교회가 목회지 세습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에는 세습받은 목사가 교회를 떠난 경우도 9건(강남제일교회, 경산중부교회, 꿈과사랑의교회(구 연정교회), 대성교회, 수원감리교회, 순복음성문교회, 양평성민교회, 제천동부교회, 충현교회) 있다.
교계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2019년 7월 공개한 ‘2019년 3분기 세습 지도’를 보면 세습 교회 수는 285곳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명성교회에서 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앞장서 반대해왔던 김수원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 세습은 부와 권력의 승계”라고 꼬집었다. 박정훈 기자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2016년 고아원 사역 등으로 ‘좋은교회상’을 받았던 남군산교회가 최근 세습교회 명단에 올랐다. 남군산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으로 출석 교인 700명 규모 교회다. 이종기 목사가 아들 이신사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줬다. 신도들은 “(세습 찬성파 세력이) 반대하는 사람은 나가라고 말했다”고 제보했다.
교회 관리 집사에게 하루 15시간 노동을 시키고 월급 50만 원을 지급해 노동 착취 논란에 휩싸였던 새계명교회도 세습지도에 이름을 올렸다. 차근환 목사가 2010년 차영아 목사에게 목회지를 물려줬다.
수원영락교회도 세습지도에 추가됐다. 이은총 목사는 조직폭력배 활동하다가 아버지를 따라 목사로 전향해 교회를 물려받았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앞장서 반대해왔던 김수원 목사는 “세습 교회는 교회 안정화를 가장 큰 이유로 내놓지만 핑계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회 세습은 부와 권력의 승계”라며 “아들 아닌 다른 목회자가 와도 잘 운영되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탐욕은 법으로 판결을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목회자 스스로 본질로 돌아가 하느님을 섬기는 교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으로부터 세습 무효 판결을 받은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성교회는 8월 6일 성명서에서 “명성교회의 후임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이라며 “명성교회는 노회와 총회의 협력 속에서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
명성교회는? 등록교인 10만 1년 예산 1000억 ‘세계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으로 등록교인 10만 명, 출석교인 5만 명인 세계 최대 장로회 교회다. 명성교회의 연간 예산은 1000억 원 달한다고 알려졌다. 김삼환 목사가 1980년 7월 성도 약 20여 명과 함께 강동구 명일동의 한 상가 2층 47평(155.37㎡)짜리 공간을 임대해 명성교회를 개척했다. 김 목사가 1980년 9월부터 특별새벽집회를 시작하면서 교인을 불러 모았다. 2018년 10월 기준 명성교회 보유 부동산 공시지가는 총 1600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MBC ‘PD수첩’은 명성교회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 50개 넘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규모는 7만 2600평(24만㎡)에 달한다. 특히 김삼환 목사는 개인 명의로 하남시에 시가 40억 원 상당의 별장을 보유했다고 드러났다. 목사로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셈이다. 김삼환 목사는 재정장로였던 고 박 아무개 장로와 함께 800억 원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알려졌다. 비자금은 교회 재정으로 쓰이고 남은 이월금으로 마련됐다고 전해진다. 비자금 존재는 김삼환 목사를 포함한 교회 주요 인사 5명 외에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차명 계좌를 12년간 관리했던 박 장로는 2014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재정장로 보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장부와 총액이 맞지 않았다. 박 장로는 이에 부담을 느꼈다고 보인다. 박 장로는 유서에서 “절대 횡령이나 유용은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