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KBO리그에 돌아왔다. 삼성은 올시즌 잔여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그에게 연봉 6억원을 안겼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끝판 대장’ 오승환(37)이 돌아왔다. 지난 8월 7일 삼성과 연봉 6억 원에 계약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KBO 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다.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과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심지어 마운드에서의 실제 존재감과 위압감은 숫자로 드러난 성적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과거 대구구장에는 오승환이 등장할 때마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경기가 곧 끝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모든 걸 이룬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또 다시 세이브왕에 올랐고, 30대 중반에 도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투수로 인정 받았다. 이제 한국에 돌아와 선수 생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어 한다.
다만 오승환은 지금 당장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계약 시점에 남아 있던 삼성의 잔여 42경기와 내년 시즌 첫 30경기가 출장 정지징계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지난 2016년 해외 불법 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KBO로부터 ‘복귀 시 한 시즌 총 경기 수의 50%에 출전할 수 없다’는 처분을 받았다. 전 소속팀 콜로라도가 시즌 도중 방출을 통보하면서 그 징계의 절반 이상을 올해 소진할 수 있게 된 점이 오승환과 삼성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오승환과 같은 슈퍼스타의 복귀에 ‘출전 정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끊임없이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못내 아쉬운 오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음주운전 출전 정지
‘출전 정지’는 말 그대로 KBO가 정해진 기간 동안 선수의 경기 출장을 금지하는 징계다. 과거에는 대부분 제재금이나 경고 선에서 징계가 마무리됐지만, 야구선수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진 2010년 이후에는 적지 않은 선수가 출전 정지의 철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거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겼을 경우에는 징계가 가중된다. 일례로 지난 2013년 6월에는 당시 키움 내야수 김민우와 신현철(이하 징계 당시 소속팀)이 사흘 간격으로 각각 3개월과 4개월 동안 ‘야구 활동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해당 기간 동안 정규시즌 경기와 비공식 경기는 물론 구단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는 중징계였다. 김민우는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한 게 문제였고, 신현철은 만취 상태에서 뺑소니 사고를 냈다는 혐의까지 받아 기간이 더 늘어났다.
이에 앞서 KIA 손영민은 2012년 9월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져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단도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로 대응했다. 또 2015년 6월 LG 정찬헌은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접촉 사고를 내면서 시즌 75경기를 남긴 시점에 잔여 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점도 심각하게 고려됐다.
KT 오정복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여자 후배와 술을 마신 뒤 “집에 데려다준다”며 차에 태우고 운전을 하다 시민으로부터 납치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사달이 났다. KT 구단은 ‘단순 음주운전’이라는 점을 고려해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했지만, KBO 상벌위원회는 “올해부터 ‘클린 베이스볼’ 실현을 목표로 삼은 리그 방침에 맞지 않다”며 이보다 더 수위가 높은 15경기 출장 정지를 확정했다.
심지어 LG 정성훈은 2015년 9월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한 뒤 집 주차장에서 직접 운전을 하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아 남은 13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KBO는 당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해도,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전처럼 중징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NC 외국인 타자 에릭테임즈는 2016년 9월 어머니와 식사를 하면서 칵테일 두 잔을 마신 뒤 직접 운전대를 잡고 귀가하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하지만 NC 구단이 이 사실을 KBO에 알리지 않고 테임즈를 이튿날 더블헤더에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가 두 번째 경기 첫 타석을 앞두고 뒤늦게 교체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이로 인해 테임즈는그해 남아있던 8경기 전체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NC는 그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중심 타자 테임즈 없이 치렀다.
이후에도 음주운전 관련 징계는 꾸준히 강해지고 있다. 이듬해인 2017년 7월 LG 윤지웅이 음주운전을 일으켜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프로 입단 직전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접촉사고를 내 면허가 취소된 KT 내야수 강민국이 정규시즌 30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2014년 1월 벌어진 과거의 음주사고였지만, 강민국이 NC에서 KT로 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뒤늦은 철퇴가 떨어졌다. 올해 4월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분리대를 들이 받는 사고를 낸 SK 강승호는 90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강승호가 이 사실을 구단에 신고하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한 탓에 징계가 가중됐다.
따라서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내야수 강정호가 국내로 복귀하게 된다면, 몸값보다 더 중요한 관건은 ‘출전 정지 징계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한국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난폭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그대로 달아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미국 취업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1년간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못했을 정도다. 게다가 이미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삼진 아웃’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진 상황이다. KBO는 강정호가 다른 리그 소속이라는 이유로 아직 징계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국내로 돌아온다면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해 놓았다. 방출 이후 즉각 국내로 돌아온 오승환과 달리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재도전’ 결심을 내비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금지약물 두 번 걸리면 ‘한 시즌 출전 정지’
금지 약물 복용과 관련한 출전 정지 경기 수 역시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전에는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삼성 진갑용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직전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온 두산 박명환이 국내에서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을 정도로 무감각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산 김재환이 최초로 금지약물로 인한 KBO 징계를 받았다.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가 금지약물이 검출돼 2012시즌 10경기에 뛰지 못했다. 김재환이 KBO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깊은 낙인으로 남아 있는 과거다. 2012년에는 KIA 김상훈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지만 치료 목적 복용을 인정 받아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했고, 2014년 5월 적발된 두산 이용찬도 역시 치료 목적을 주장해 1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관련 징계 수위도 조금씩 높아졌다. 한화 최진행은 2015년 6월 경기력 향상 물질 복용 사실이 드러난 뒤 30경기 출전 정지 제재를 받았다. 또 롯데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는 2016년 5월 도핑 테스트에서 역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36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허리 통증으로 인한 치료 목적으로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곧바로 웨이버 공시됐다. 삼성 최경철 역시 2017년 5월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동시에 KBO 규정도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이전에는 두 차례 적발돼야 72경기 출전 정지가 가능했다면, 현재는 단 한 번만 규정을 위반해도 한 시즌의 절반을 날려야 한다. 2차 위반 시에는 한 시즌 전 경기를 뛸 수 없다. 세 번째로 위반한다면? KBO 리그에 ‘영원히 출전 금지’다.
#빈볼과 벤치클리어링도 출장정지 사유 된다
상대적으로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한 징계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출장 정지 없이 제재금 선에서 그치곤 한다.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크게 지고 있을 때, 혹은 상대팀이 자존심을 건드릴 만한 플레이를 했을 때 팀 사기를 돋우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거나 고의성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출장 정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빈볼이나 몸싸움 문제를 유독 반복해서 일으키는 선수에게는 더 그렇다. 현역 시절 ‘악동’으로 유명했던 LG 서승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4년 5월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빈볼을 던져 퇴장 당한 뒤 10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당시 벌칙 내규에는 ‘위협구로 인해 퇴장 당했을 경우 10경기 출전정지 이하 징계를 받는다’고 규정돼 있었다. 정해진 규정 안에서 최고 수준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를 타자의 머리 쪽으로 던진 데다 타자가 항의하자 곧바로 보복구까지 던지면서 가중 처벌을 받았다. 그 해 서승화는 여전히 회자되는 이승엽과의 난투극 사건을 포함해 무려 네 차례나 퇴장을 당하는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한화 송신영도 2012년 5월 20일 대전 SK전에서 7회 몸 쪽 공을 던지다 5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한 차례 심판의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고의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진 탓이다. 상황 자체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이미 2006년과 2009년에도 빈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어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
LG 정찬헌도 2014년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 해 4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6회 정근우의 등에 공을 맞힌 뒤 8회 정근우 타석에서 다시 한 번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한 타자에게 두 번이나 사구를 던졌으니 고의성을 의심 받기에 충분했다. 화를 참지 못한 정근우가 마운드로 걸어갔고,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와 설전을 벌였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갈등 상황이 지속돼 경기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정찬헌은 즉시 퇴장을 당했다.
2016년에는 KIA 임창용이 두산 오재원에게 ‘위험한’ 견제구를 던지다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8월 27일 광주 경기 9회 2사 2루 김재호 타석 때 2루에 주자 오재원이 서 있었는데, 임창용은 유격수나 2루수가 2루 커버 동작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뿌렸다. “다분히 감정적인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동시에 “오재원이 사인 훔치기 동작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재원은 당연히 “절대 아니다”라고 강력 항의했고, 결국 임창용의 징계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역대급’ 출전 정지 징계를 낳은 벤치클리어링은 2017년 5월 21일 대전 한화-삼성전에서 나왔다. 한화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삼성 선발 윤성환을 포함해 선수 네 명이 즉각 퇴장 명령을 받은 난투극이 펼쳐졌다. KBO 상벌위원회는 심의 끝에 먼저 빈볼성 투구를 한 윤성환과 상대 투수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한 비야누에바에게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이어 비야누에바와 함께 폭력에 가담한 한화 정현석에게도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뿐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달려 나왔던 삼성 김재걸 코치와 강봉규 코치에게도 5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했다. 퇴장은 당하지 않았지만, 사후 경기 영상 분석 결과 상대 선수를 때리는 장면이 확인된 탓이다. 선수와 코치를 포함해 총 5명이 5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하게 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