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로 경기가 취소된 잠실 야구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야구 선수가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 사유는 무척 다양하다. 더 이상 범죄나 음주운전, 승부조작과 같은 굵직한 사건만 징계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KIA 윤완주가 그랬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개인 SNS 계정에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가 물의를 빚어 3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만들어낸 단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심코 적었다가 질타를 받았다. 광주가 연고지인 KIA 소속 선수가 전라도에 대한 지역 비하를 일삼는 커뮤니티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됐다. KBO는 엄중 경고로 마무리했지만, 오히려 KIA 구단이 나서 ‘3개월 동안 구단 활동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이유다. 또 KIA 남재현은 상무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던 지난해 10월 전 여자친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아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당했다.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더욱 민심의 용서를 받기 힘든 사건이었다.
가끔은 ‘너무 빨리’ 우천 취소를 지시한 경기운영위원도 출장 정지 제재를 받는다. 고 최동원 전 위원은 2009년 4월 27일 잠실 두산-한화전을 일찌감치 취소시켰다가 한 시간 뒤 해가 떠오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KBO는 “일시적인 우천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취소시켜 팬들의 혼선을 일으키고 원활한 일정 진행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6경기 출전 정지 제재를 결정했다. 2016년 4월 3일 LG-한화전에 앞서 우천 취소를 선언한 김재박 전 위원도 팬들의 불같은 항의로 같은 징계를 감수해야 했다. “많지 않은 비가 내린 데다, 비가 그쳤는 데도 불구하고 조기에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사유로 6경기를 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로야구 감독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은 없다. 지난 2008년 6월 19일 김성근 당시 SK 감독이 투수 윤길현의 욕설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한 경기에 결장하는 ‘자체 징계’를 내린 것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사례다.
다만 지난해 4월 한 차례 위기는 찾아왔다. LG가 상대팀 포수 사인을 분석한 자료를 더그아웃 벽에 붙여 놓았다가 들켜 물의를 빚었을 때, 상벌위원회에서 류중일 LG 감독의 출전 정지 처분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분석팀의 독단적인 행동이고 류 감독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해도 “KBO 리그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인 만큼 감독의 출전 정지 징계는 앞으로 사태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후 파장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한 끝에 결국 LG 구단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벌금 2000만원을 물리고 감독 역대 최고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