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민정수석. 박은숙 기자
조 후보자는 최근 정치권 최대 ‘이슈 메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을 놓고 여야 공방이 뜨겁게 벌어졌다. 정치권뿐 아니라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정수석 사직 후 서울대로 복귀한 것을 두고서도 학교 안팎이 시끄러웠다. 일부 학생은 조 후보자 복직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비판한 학생들에 대해 조 후보자는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라고 해 또 다른 뒷말을 낳았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분개하는 모습이다. 인사 발표 전 황교안 대표는 조 후보자를 두고 ‘사법질서 파괴자’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 신독재 완성을 위한 검찰 도구화 선언’이라며 날선 발언을 쏟아냈었다. 한국당 내에선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남은 정기국회 일정은 물론 조국 인사청문회까지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1야당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우리를 ‘패싱’하겠다는 것을 넘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어차피 임명할 텐데 청문회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의원은 “조 후보자는 한국당을 친일파, 적폐로 보는 사람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야당을 말살하겠다는 의도”라고도 했다. 이는 향후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에서조차 조 후보자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후보자 임명 시 대야 관계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이는 오히려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몇몇 의원들은 정무 라인을 통해 이런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때 조 후보자가 개각 명단에서 빠지고, 박상기 장관이 유임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던 것도 이런 여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 개인에 대한 여권의 비토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우리는 야당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데 몇몇 의원들이 ‘우리가 왜 조국을 보호해야 하느냐’라며 불만을 쏟아내더라. 조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민주당 의원들의 ‘민원’을 받아주지 않아 ‘미운 털’이 박혔다는 후문도 들린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도 조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조 후보자 말이나 글들이 다 옳다고 치자. 그런데 지지자를 빼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 이건 태도의 문제다. 참여정부 때 유시민을 장관으로 임명하려 하자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했던 것과 비슷한 차원이다. 조 후보자 임명이 자칫 정권의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라도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재직 시 인사검증 실패 등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국 카드’를 밀어붙였다. 여러 정치적 부담, 여권의 반대 견해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문 대통령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였다.
정치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란 데에 무게가 실린다. 그중 하나가 ‘조국 대망론’이다. 조 후보자를 차기 주자로 키우기 위해 이른바 ‘스펙’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문 대통령, 그리고 친문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가 바로 사법개혁이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느 정도 실적을 내면 ‘포스트 문재인’의 적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임기 중반 이후 친문계에선 차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여권 주요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비문계로 분류된다는 점은 친문의 고민이었다. 지지율 1위 이낙연 총리 역시 친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조국 대망론’은 이런 배경에서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조 후보자가 SNS 등을 통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개인 계정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없이 이런 행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문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친문계가 조 후보자를 유력한 차기 후보군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뒤를 이었다.
이번 개각으로 조 후보자의 총선 출마설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그동안 여권에선 조 후보자를 부산 지역에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뒤 차기 주자로서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조 후보자는 총선이 아닌 대선 직행열차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문의 남자’라는 타이틀도 굳건히 했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면 후광으로 작용하겠지만 반대일 경우 조 후보자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