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과 관련해 일본 수입차 렉서스를 부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는 올해 상반기 1만 7966대가 신규등록 됐다. 2018년 동기 3만 4568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여름 불거진 BMW ‘화재 게이트’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디젤 게이트(배기가스 조작사건)’를 겪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역시 신규등록 대수가 줄었다. 아우디는 올해 상반기 2560대로 전년 동기 5011대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폭스바겐은 1775대로 지난해 상반기(5268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일부 일본산 차량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혼다 차량이 지난해 상반기 2924대에서 올해 상반기 5684대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렉서스 신규등록 대수도 올해 상반기 83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고, 인피니티도 1140대로 3% 정도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데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다. 아시히맥주, 유니클로 등 일본 맥주와 의류가 주타깃이 됐다. 일본차 브랜드의 상승세에도 타격을 입었다.
앞서 전년 동기 대비 올 상반기 신규등록이 2배 가까이 늘어났던 혼다 자동차는 7월 신규등록 대수가 468대로 지난 6월 801대에 비해 42% 줄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도 30% 가까이 감소했다. 렉서스와 인피니티의 7월 신규등록은 각각 982대와 131대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전인 6월보다 각각 24.6%와 25.1% 줄었다. 이에 따라 일본 승용차 브랜드 7월 신규등록 대수는 2674대로, 전월인 6월 3946대보다 32.2% 감소했다. 전년 동기(3229대)와 비교해도 17.2% 줄어들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이 길어져 국내의 일본 자동차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는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출고해 검사를 받고 실제 수입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따라서 불매운동 여파는 몇 달 지나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차들의 잇단 악재와 판매량 감소가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에 호재로 작용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부분변경을 거친 기아차 K7은 지난 7월 8173대를 판매했다. 부분변경차 출시 전인 5월과 비교해 약 3.8배 급증한 것. 현대차 대표 준중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 역시 2289대를 판매해 5월 대비 14.2%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이후 70%대의 내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2015년 60%대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BMW 차량 연속 화재 이슈가 불거지면서 올해 1월 70%를 회복했다. 또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에서 현대차의 펠리세이드와 기아차의 셀토스가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의 부진이 국산차 실적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산차 수요층과 수입차 수요층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구분돼 있다“며 ”일본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다른 외제차 브랜드 차종을 찾지, 국산차로 눈을 돌리는 경우는 드물 것이므로 현대·기아차의 반사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볼보나 지프의 실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