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요신문’ 취재 결과, 최근 경찰은 양현석 전 대표가 한국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을 오가며 13억 원 상당의 무등록 외국환 거래, 일명 ‘환치기’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 전 대표가 이 돈을 해외 원정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8월 7일부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환치기는 외국환거래법상 명시된 신고 규정을 피해 국내 자금을 해외로 밀반출할 수 있어 돈세탁이나 해외원정 도박 자금 현지 조달 등에 악용되고 있다. 환치기가 적발되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된다.
환치기 수법은 크게 세 가지다. △국내에서 특정 계좌로 도박자금을 원화로 송금하면 환전책이 이를 달러나 유로화로 바꾼 뒤 운반책이 해외 도박장으로 옮기는 방식 △해외 현지에서 관계자나 업체에 미리 밀반출한 돈을 맡겨두고 찾아가는 방식 △이들에게 돈을 빌린 뒤 한국에서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양 전 대표가 현지에서 미리 돈을 맡겨둔 뒤 찾아갔거나, 빌린 뒤 한국에서 돌려주는 방식을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양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4월,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고, 분석 결과 양 전 대표의 환치기 혐의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금흐름이 최근 확인됐다.
FIU는 자금세탁, 외화 불법유출 등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다. 그동안 한진그룹 일가 세금 탈루, 방위산업 비리, 암호화폐 거래소 압수수색 등 ‘검은돈’이 움직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빠짐없이 등장하면서 금융업계 ‘저승사자’로 통하고 있다. 수사 및 조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정보분석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8개 기관에 정보를 제공한다. 양 전 대표와 관련해선 일찌감치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경찰에 관련 정보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양 전 대표는 외국인 재력가를 접대하면서 ‘정마담’을 통해 유흥업소 여성들을 불러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언론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 의혹은 양 전 대표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핵심 증거나 진술도 없어 경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여러 갈래로 보강 조사 등을 거치는 등 내사를 벌인 지 50일이 지나서야 양 전 대표와 유흥업소 관계자 등 4명을 입건할 수 있었다.
본격 수사 착수 이후엔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 전 대표에게 적용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공소시효는 5년이다. 양 전 대표의 공소시효는 두 달가량 남았다. 검찰 송치와 기소까지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가 밝혀지면 공소시효 연장이 가능하다.
지난 8월 2일 경찰은 양 전 대표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 중이다. 양 전 대표 측과 여성을 동원한 업체, 관계자들 간의 자금흐름을 파악하고 성접대를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분석 작업 역시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이번 환치기 및 해외 원정도박의 경우 비교적 구체적인 자료가 확보됐다. 앞서의 자금흐름 자료는 물론, 미국 네바다주 카지노 협회를 통해 양 전 대표가 미국의 M 호텔 카지노를 몇 번 출입했는지, 어떤 게임을 하고 게임에 쓴 비용은 얼마였는지 등의 기록도 입수했다.
해외 원정도박 수사의 경우 도박 횟수와 판돈의 규모를 우선적으로 따져본다. 도박을 상습적으로 하고, 도박에 쓴 자금이 사회적 지위나 소득에 비교해 오락의 범위를 넘어섰을 경우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이 파악한 양 전 대표의 도박 횟수는 10여 차례, 판돈은 한 게임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가량으로 총 1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해외 출국 시 가지고 갈 수 있는 현금은 1만 달러(약 1200만 원)로 제한돼 있다. 양 전 대표가 카지노에서 쓴 돈은 그 한도를 훌쩍 넘어선다. 법을 위반해 돈을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환치기가 주로 활용되는 만큼 경찰은 양 전 대표의 자금흐름을 토대로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내부에선 양 전 대표의 환치기 및 해외 원정도박 수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앞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버닝썬 게이트’ 관련 수사는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양 전 대표의 성접대 사건은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 결과에 경찰 명예와 신뢰가 걸렸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입건은 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양 전 대표 등에 대한 탈세 의혹을 조사하는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고 양 전 대표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시행해오던 특별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바꿨다. 조세범칙조사는 기업 탈세가 고의로 소득을 은닉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져본다.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태양 빼고 우주 대폭발! 승리·대성 수사 어디까지 왔나 승리는 마약·성매매·경찰 유착 등 각종 의혹을 불러온 일명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다. 지난 6월 경찰은 승리에게 성접대와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검찰 송치 당시 “승리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쯤 대만인 일행 및 일본인 사업가 일행, 홍콩인 일행 등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 행위를 알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승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6월 승리에 대해 성매매 알선 등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고성준 기자 경찰은 승리 외에도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 등 6명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성접대에 동원된 성매매 여성 17명 및 승리와 유 전 대표 등 21명을 성매매 혐의로 각각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겼다. 다만 경찰은 승리가 지난 2017년 12월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승리가 버닝썬 의혹에 관해 받고 있는 혐의는 총 7개다. 성매매 알선과 성매매 외에도 변호사비에 대한 업무상 횡령, 버닝썬 자금에 대한 업무상 횡령, 증거 인멸 교사,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주점 ‘몽키뮤지엄’ 무허가 영업에 따른 식품위생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몽키뮤지엄’ 브랜드 사용료 등 명목으로 빼돌린 5억 2800만 원, 대만인 투자자 ‘린사모’에게 지급된 허위 인건비 5억 6600만 원, 몽키뮤지엄 변호사비 2200만 원 등 약 11억 2000만 원에 대해 승리, 유 전 대표, 이문호·이성현 버닝썬 공동대표, 외국인 투자자 린사모 및 린사모의 비서 등 5명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린사모는 유 전 대표 등과 공모해 대포통장을 이용, MD(클럽 영업직원) 급여 명목으로 인건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다만 린사모는 해외에 머물고 있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됐다. 그밖에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 등을 만나 식사 대접과 콘서트 티켓 등을 받고 업소 단속 일정을 미리 알려준 윤 총경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윤 총경은 승리 등이 참여해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유착 의혹을 낳았다. 승리는 이번 양 전 대표의 환치기 및 해외 원정도박 의혹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찰은 승리가 양 전 대표와 함께 카지노에 여러 차례 드나들며 20억 원 상당을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승리의 카지노 출입 기록과 도박에 쓴 금액 등의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올해 3월, 승리는 2014년경 한 부동산 업자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2억 (원을) 땄어요. 저는 자주 오기 때문에 (돈은) 세이브뱅크에 묻어두고 왔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이브뱅크는 카지노 측이 주요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입출금 계좌로, 한 차례 목돈을 맡기면 수수료를 떼 주고 인출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승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을 당시 “모두 허풍이었다”며 원정 도박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육군에 현역으로 입대해 복무 중인 대성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성이 2017년 사들인 지상 8층 지하 1층짜리 건물에서 불거진 의혹 탓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대성이 이를 알았는지 △마약 유통 여부 △경찰 유착 의혹 등이다. 경찰은 대성 건물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꾸렸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월 22일 대성 소유 건물의 지하 1층, 6~8층 소재 무허가 유흥주점 등 업소 4곳을 단속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놓고 여성 도우미를 고용해 유흥주점을 운영하다 덜미를 잡혔다. 강남구청은 해당 업소에 8월 16일부터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3곳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했으나 노래방 기기 등을 설치해놓고 유흥주점처럼 운영하다 적발됐다. 3곳은 영업정지 처분 없이 시설 개선 명령만 받았다. 경찰은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업주 4명은 기소 의견으로, 접대부 4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이 과정에서 성매매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여부 역시 확인했지만, 현장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측은 건물주인 대성에게는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이곳 업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건물 내부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입주 업소가 외부에서 접근이 어렵고 회원제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입주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고 만약 이를 알고 있었다면 대성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신의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건물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지난 3월 대성 건물 입주 업소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이 없어 종결했다. 경찰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건축물대장상 대성의 건물 입주 업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음식점, 사진관으로 등록됐다. 경찰은 2016년 3차례 단속에 나서 여성도우미 고용 등을 적발했지만, 올해까지 약 3년 동안 추가 단속은 하지 않았다. 경찰은 대성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할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 30일 경제1과장을 팀장으로 한 대성 건물 의혹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수사(경제1과 등) 6명과 풍속(생활안전과) 3명, 마약팀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전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성 건물 관련 첩보를 수집했고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혹 제기 5일 만이다. 전담 수사팀이 빠르게 꾸려진 데는 경찰 지휘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