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올산업은 SG BK그룹의 투자자로 나서며 빗썸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으나, 최근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서 공시번복에 따라 상장폐지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사진은 김병건 SG BK그룹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모습. 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인 두올산업은 자동차 카페트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10월 최대주주였던 IHC가 위드윈투자조합38호에 두올산업을 매각하면서 경영진이 전면 교체됐다. 이후 등기부등본상 사업목적에 신약개발과 콘텐츠 제작, 전자상거래, 공연 및 이벤트 사업, 패션 브랜드 론칭 등이 추가되며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9일 두올산업은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SG BK그룹의 주식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을 밝혔다. 취득금액 2357억 원 가운데 26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외부에서 끌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9일 돌연 공시를 통해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이 철회됨에 따라 목적이 소멸돼 자금 조달 내용을 철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상증자 결정 3건과 전환사채권 발행결정 5건, 신주인수권부사채권 발행결정 8건도 함께 철회했다.
최근 1년간 벌점이 없던 두올산업은 이번 한 번에 총 17건의 결정을 철회하면서 한꺼번에 엄청난 벌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당해 부과벌점이 5점 이상인 경우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알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에 17건의 공시 번복은 통상적인 경우가 아닌 만큼 한국거래소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실의 경우 한 건당 평균 4점의 벌점을 부과하는데, 최근 한 기업이 4건의 사안으로 한꺼번에 벌점 18점을 받은 사례가 있어 두올산업도 이번 일로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두올산업의 빗썸 인수 얘기가 나올 때부터 시장에서는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433억 원, 자본금 105억 원 규모의 두올산업이 영업이익 2560억 원, 자본금 205억 원 규모의 빗썸을 인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
두올산업에 자금을 대기로 한 일부 투자자들의 실체도 불확실해 보인다.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한 발해컨소시엄과 제이디알에셋에는 현 두올산업 경영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창현 두올산업 대표이사는 발해컨소시엄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재호 두올산업 사내이사는 제이디알에셋 지분 100%를 보유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제이디알에셋은 현재 두올산업의 최대주주 위드윈투자조합38호의 지분 13.59%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즉 두올산업→위드윈투자조합38호→제이디알에셋으로 이어진다. 특히 제이디알에셋 지분 전량을 보유한 신 이사는 과거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 당시 홈캐스트의 대표이사로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전환사채권 발행 및 신주인수권부사채권 대상자인 큐빅스홀딩스의 경우 발해컨소시엄의 나머지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김해진 인사이트피플 대표이사가 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 전 감사로 이름을 올린 구 아무개 씨는 현재 위드윈투자조합38호의 전 최대주주 ㈜청풩의 전 사내이사다. ㈜청풩의 현 대표이사 성 아무개 씨는 현재 두올산업의 사내이사로 재임 중이다. 이 같은 관계를 보면, 두올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주요 투자자들이 현 두올산업 경영진 혹은 그 측근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투자자였던 비지에스조합(2~3호)도 두올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공시에 따르면 비지에스 조합 두 곳의 지분 각 50%를 보유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는 두올산업 이사이자 두올산업 공시 작성책임자다.
두올산업은 이번 인수 시도를 통해 각종 의혹에 휘말렸으며 법적 다툼까지 하게 됐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 비티씨홀딩컴퍼니(75.99%)와 2대 주주 비덴트(10.55%)는 지난 7월 16일 두올산업에 대해 1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두올산업의 빗썸 인수 발표가 허위사실이며 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비티씨코리아닷컴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두 차례 잔금납일을 연기했다”며 “두올산업이 투자한다는 말을 믿고 빗썸에 투자했던 다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판단에 따라 비티씨홀딩컴퍼니와 비덴트가 소송을 진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빗썸 관계자는 “인수 관련 내용에 대해 빗썸이 직접 의사를 내비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앞서의 공지 또한 BTHMB홀딩스에서 나온 이야기를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