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강정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강정호의 다음 행선지에 관심이 쏠린다.
8월 5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매체 ‘파이어리츠 프로스펙트’는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를 방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또한 강정호의 방출 소식을 알렸다. 2015년부터 이어진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인연은 끝이 났다. 강정호는 공식적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강정호를 향한 기대감은 높았다.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250/ 7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장타 본능’을 뽐냈다. 의미 있는 성적으로 시범경기를 마친 강정호는 2016년 겨울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뒤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현지에서도 강정호가 ‘킹캉’이라 불리던 시절 활약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이후 강정호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9/ OPS(출루율+장타율) 0.617/ 11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힘은 여전했지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음주운전 논란 이후 2년 동안의 공백이 경기 감각에 영향을 미친 모양새였다. 결국 시즌 중반 피츠버그는 강정호 방출을 결정했다.
방출 통보를 받은 강정호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다른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지속하거나 KBO리그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는 쉽지 않다.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결심할 경우, KBO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2016년 강정호 음주운전’ 관련 징계를 심의할 것이 유력하다. 그렇게 되면, 강정호 커리어엔 다시 한번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야구계에서 “강정호는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강정호 본인 역시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의 소속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관계자는 8월 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강정호가 미국에서 다른 구단을 알아보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강정호가 미국에서 새 팀을 찾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 11홈런을 때려냈지만, 정확도에서 약점을 노출한 강정호. 사진=연합뉴스
미국 현지에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구미를 당길 만한 방출 선수’로 분류되고 있다. 8월 4일 ‘MLB 트레이드 루머스 닷컴’은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선수로 조나선 루크로이, 타일러 오스틴, 강정호, 브래드 브래치, 토니 십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언급된 선수 가운데 두 명은 새 소속팀을 찾았다. 8월 8일 베테랑 포수 루크로이는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고, 8월 9일 불펜투수 브래치는 뉴욕 메츠에 합류했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 닷컴’의 분석이 하나 둘 맞아떨어지면서 강정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야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이 FA 신분이 된 강정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정호 소속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관계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8월 9일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MLB 구단 관계자는 “시즌이 끝나가는 시기인 까닭에 강정호의 거취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강정호의 실력이라면, 새로운 구단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시기적인 문제가 있다. 시즌이 막바지로 돌입하는 상황에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성사시키는 건 쉽지 않다. 새 팀을 찾더라도, ‘마이너리그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 마이너리그에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강정호가 새로운 팀을 찾아 메이저리그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연 미국 현지 언론의 전망처럼 강정호에게 손을 내밀 구단은 나타날까. 이제부터 강정호 거취를 둘러싼 상황은 MLB 각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신인왕 투표 3위→음주운전→복귀→방출’ 강정호, 해적군단에서의 5년 한때 해적군단을 대표하는 내야수로 활약했던 강정호. 사진=연합뉴스 강정호는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에 상륙한 강정호의 활약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데뷔 첫해 강정호는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OPS(출루율+장타율) 0.816/ 15홈런/ 5도루/ 58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는 ‘2015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맷 더피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피츠버그 팬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인 내야수에게 ‘킹캉(King-Kang)’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이듬해인 2016년. 강정호는 한층 발전한 기량을 뽐냈다. 메이저리그에 완벽 적응한 모양새였다. 2016시즌 강정호는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 OPS 0.867/ 21홈런/ 3도루/ 62타점을 올렸다. 미국 현지 야구 관계자들은 강정호를 “20홈런 이상 때려낼 수 있는 펀치력 있는 내야수”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강정호의 성공 신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예상은 2016년 겨울 강정호가 음주운전 사건에 연루되면서 완벽히 빗나가게 됐다. 12월 2일 새벽 2시 45분 경 강정호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4% 상태에서 운전 중 서울 삼성역 인근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여기다 강정호가 이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정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 사건으로 강정호는 재판에 회부됐다. 2017년 3월 3일 1심 재판부는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정호는 항소했다. 같은 해 5월 18일 항소심 재판부는 강정호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7시즌을 통째로 날린 강정호는 2018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다. 2018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는 2019시즌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결국 피츠버그는 8월 5일(한국시간) 강정호의 방출을 결정했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