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 바닷길 열리는 날
[보령=일요신문] 육심무 이상원 기자 = 서해안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 유명한 보령은 해수욕과 진흙 놀이뿐 아니라 바닷가를 따라 생태관광지가 이어져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은 머드를 테마로 한 머드축제로 세계인이 찾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보령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이유는 훌륭한 생태환경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선물한 자연
서해안을 대표하는 대천해수욕장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이다. 규사로 된 백사장 모래는 몸에 잘 달라붙지만 물에 잘 씻기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대천해수욕장 해변의 모래사장은 수만년간 파도가 조개껍질을 갈아 고운 모래로 만든 곳으로 인내의 세월이 묻어있다.
햇빛이 비추면 눈부시게 빛나는 조개껍질 백사장은 그 자체로 작품을 빚어낸다. 이 세월동안 파도가 모래를 만들었다면 바람은 또 하나의 작품인 해안사구를 만들었다. 바람이 수천 년 동안 모래를 옮겨와 형성한 사구는 저 멀리 펼쳐진 바다에도 불구하고 사막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갈라진 바닷길에서 하는 체험학습
어느 순간 검은색 바다가 갈라져 육지를 드러내면 숨어있던 바다 속 생물들이 수줍게 속살을 드러닐 때면 자연의 신비에 존경심이 들 때도 있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해안부터 황교리 해안에 이르는 구간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체 원형이 보존된 길이 2,000m, 폭 50m의 소황사구가 있다.
해안사구 대부분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면서 편익을 위해 숙박업, 상가, 별장, 도로 등 시설물이 들어서 해안사구 모습이 심각하게 훼손되어왔지만 소황사구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소황사구가 생태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군사보호구역(공군사격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전투기의 사격 훈련이 지속되고 있다. 소황사구는 2005년부터 정부의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은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닷물로 가득 메워진 무창포 앞바다가 한 달에 4~5차례 갈라져 석대도까지 1.5㎞에 달하는 육지가 드러난다. 갈라진 바닷가를 걸으며 해삼, 소라, 낙지 등을 맨손으로 건져 올리는 재미는 무창포가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조개껍질이 세월에 갈려 만들어진 대천해수욕장
▲보령의 우수한 생태환경
소황사구의 해안하구 대부분은 곰솔 숲으로 덮여있다. 덕분에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일반적으로 해안사구에 생육하는 중요한 식물군이 (사구 식물종 18종, 수생식물종 18종, 귀화종 6종) 모두 발견되는 생태계 우수 지역으로 손꼽힌다. 노랑부리백로, 매,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5종과 환경부 특정종인 뿔논병아리, 황조롱이, 뻐꾸기, 솔부엉이, 물총새, 파랑새, 청딱다구리 등 11종의 다양한 조류가 서식한다.
천연기념물 외연도 상록수림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과 삵, 너구리 등이 서식하며 순비기나무, 도꼬마리, 해당화, 만형자나무, 갯그렁, 갯쇠보리, 통보리 사초 등의 희귀식물도 자생하고 있다. 무창포 해수욕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물이 빠졌을 때 바닷가에 ‘V’자 모양으로 돌을 쌓는다. 바닷물이 만조때 들어왔다가 빠지면 쌓아놨던 돌사이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들이 갇힌다. 이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잡는 방식을 독살이라고 한다. 무창포에 가면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전통 독살을 구경할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에는 136㎞의 해안선을 따라 최상의 머드가 숨 쉬고 있다. 보령 머드에는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각종 미네랄 등 유효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광물질이 풍부해 피부에 좋기로 유명하다.
▲ 바다와 함께 하는 광활한 생태학습의 진수
대천해수욕장 야경
생태관광지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보령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보령 소황사구 생태학습장은 해안사구를 따라 320m가량의 탐방로가 조성돼 있으며, 탐방 안내소를 통해 자연환경 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해당화 군락지가 자리 잡고 있고 생태계 보존식물·동물 안내 표지판 등이 설치돼 있어 사구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무창포는 ‘쉬엄쉬엄 걸어서 바닷길 체험’이 가능하다. 무창포 닭벼슬섬부터 흰 등대까지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구간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약 2㎞길이의 바닷길을 걸으면서 갯바위의 생태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한적한 바다의 풍경, 수산물시장, 항구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명품 낙조까지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인 바닷가길이다.
무창포 타워에 올라서면 무창포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45m높이로 조성됐으며, 주위 경관을 고려해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전망을 연출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무창포 관당마을 어촌체험에 참여하면 바닷가 마을의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 체험을 비롯해 해상낚시, 조개잡기, 게잡기, 독살어업 체험 등 생태 체험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있다.
대천해수욕장에는 보령 머드박물관이 있다. 보령산 머드는 대천해수욕장 주변에서 채취한 양질의 천연 바다진흙으로 원적외선이 다량 방출되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게르마늄, 벤토나이트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피부노화방지, 피부청정작용, 피부노폐물 제거 등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박물관에서 머드를 직접 발라보고 체험할 수 있고 머드의 효능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 테마가 있는 보령 탐방 코스
고대도 풍경
소황사구가 펼쳐진 장안해수욕장 앞바다는 여러 개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마다 둘레길 코스가 개발되어 있어 한적한 섬길을 걸으며 바다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힐링 명소다. 무창포 해수욕장 인근에는 성지순례길이 조성돼 있다. 갈매못 성지는 1866년 천주교 박해 당시 프랑스인 다블뤼 주교 등에게 효수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갈매못에서 순교한 성인들의 유해를 장장 12일 동안 산길을 통해 운구한 성지순례길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종교인들에게는 큰 의미를 준다.
천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천북 굴은 보령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천북 굴축제는 서해안 제일의 별미 천북 굴구이는 물론 굴을 이용한 각종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맛 축제다. 무창포에서는 싱싱한 대하와 전어 등을 직접 잡아볼 수 있는 대하·전어축제가 열린다. 제철 대하와 전어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날 수 있는 대표 먹거리 축제다. 봄의 전령사 주꾸미와 도다리 축제도 열린다. 바다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고 무기력한 봄철의 기력 충전에도 그만이다.
머드축제
천연머드를 활용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대표적인 생태축제인 머드축제는 세계 4대 축제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머드 체험존, 갯벌체험, 거리형 머드체험, 머드 에어바운스 등 참가자 모두 하나 되는 체험형 축제다. 보령에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숙박시설이 다양하다. 오서산 자연휴양림과 성주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울창한 산림과 생태를 체험할 수 있어 특별한 여행을 선물한다.
무창포 인근 죽도에는 섬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삼아 죽도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한국식 전통정원 상화원이 있다. 한옥마을과 판석광장, 동굴쉼터, 의곡당, 회랑 등 운치 있는 섬 속에서의 쉼을 즐길 수 있다.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천해수욕장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산사속의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세움 힐링센터도 있다. 대천에서는 농가와 어촌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보령의 맛
천부 굴구이
소황사구 인근의 천북지역은 천북굴이 천하일미로 손꼽힌다. 천북굴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성장이 느리지만 맛과 영양면에서 탁월하다. 겨울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천북굴을 숯불에 구워먹는 맛은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무창포는 주꾸미와 꽃게, 간재미로 식도락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서해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주꾸미는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된장육수로 국물맛을 내고 비린내를 잡은 꽃게탕과 싱싱한 간재미를 야채와 고추장으로 새콤달콤 무쳐낸 간재미 무침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서해안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원료로 만들어진 보령김은 오랜 시간 유지되는 바삭한 맛과 탁월한 영양 성분으로 사랑받는다. 인근 앞바다에서 잡히는 키조개는 다량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철분을 함유해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관자를 이용한 로스구이와 전골, 무침,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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