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사초배 결승을 다투던 이호승(왼쪽)과 이상헌 선수. 지금은 프로기사가 되었다.
경남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에 둘러싸인 역사 깊은 소도시다. 통일신라 말기 함양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조성한 인공 숲(상림)이 아직도 2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노사초배가 열리는 장소도 최치원 호를 딴 ‘고운’ 체육관이다. 조선시대엔 ‘좌 안동’-‘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학의 중심지였다. 바둑계에선 노사초 국수 사적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한말 국수 대표인물이 사초 노근영 선생이다. 고 조남철 9단은 1956년 4월 15일에 국내최초 신문기전 ‘국수전’을 열었다. 이후로 국수타이틀 보유자만 국수로 불렀지만, 그전에도 국내 바둑 일인자를 말하는 대명사였다.
노사초 선생은 지역 명문가에서 태어나 약관 나이에 진사시험에 합격했다. 관직에는 나아가지 않았다. 대신 전국을 유랑하며 바둑을 즐기다 일생을 마쳤다. 빼어난 바둑실력과 기행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2008년 함양군민들이 뜻을 모아 지곡면 개평마을(노사초 선생의 고향)에 사적비를 세웠다. 이를 기념하며 시작한 대회가 벌써 12회째다. 함양군바둑협회 관계자는 “작년 참가인원이 570명이다. 올해는 신청자가 더 늘어 650~700명을 예상한다. 상금이 총 예산 3분의 2를 차지한다. 우승상금은 700만 원이다. 아마최강부 우승상금도 300만 원, 시니어·여성 최강부 상금이 200만 원이다. 이하 각 부문 모든 본선진출자에게 상금이 있다. 상금비중이 높지만, 내년부터 오픈최강부 우승상금을 1000만 원으로 더 키울 예정이다”라고 말한다.
오픈최강부는 3년 전부터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노사초배에 프로기사는 2017년 30명, 2018년 38명이 참가했다. 재작년 우승자는 강승민, 작년 우승자는 김형우였다. 2017년 당시 참가 신청한 프로기사들은 “프로가 연구생에게 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연구생, 아마추어 정상급기사들 실력이 프로만큼 강하다. 바둑리그에 못 들어간 기사는 한국기원 공식대국만으론 일 년에 열 판 두기도 어렵다. 우승이나 상금보다는 대국기회를 찾기 위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제한은 있다. KB리그 선수나 랭킹 50위내 프로기사는 나오지 못한다. 입단 전부터 노사초배에 꾸준히 참가했던 이호승 4단은 “아마추어 시절은 3회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게 최고 기록이다. 프로가 된 후에는 더 성적이 안 좋았다. 계속 1회전에서 탈락했는데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 우승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호승은 올해 박정환, 신민준, 이세돌을 꺾고 GS칼텍스배 4강까지 올랐었다. 8월 기준랭킹은 82위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