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 팬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한국 오빠 빌리기’
보이그룹 빅뱅을 좋아하는 홍콩인 A 씨(29)는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하면서 오빠 렌털 서비스를 이용했다. 빅뱅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이와 비슷한 한국 오빠와 함께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까닭이다. 오빠를 빌리는 금액은 2시간에 약 12만 원이었다. A 씨는 자신이 선택한 오빠와 함께 북촌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이에 대한 역사적 배경 설명도 들었다.
오빠 렌털 서비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서비스의 일종이다. 주 고객층은 K-Pop을 사랑하는 외국인 여성이다. K-Pop 스타에 환상을 갖고 한국을 방문한 여성 관광객이 한국 남성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실제로 K-Pop 팬들 사이에서 오빠라는 단어는 별도의 대체어 없이 ‘oppa’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가 바로 오빠 렌털 서비스다. 이들은 시간 당 6만 원에서 10만 원의 돈을 받고 외국인에게 국내 관광지를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업체에 소개된 오빠 렌탈 비용과 코스. 사진=업체 홈페이지
문제는 인솔자 대부분이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이다. 국내여행가이드는 서비스를 받는 대상에 따라 그 종류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내국인의 여행을 담당하는 가이드는 국내여행안내사,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돕는 가이드는 관광통역안내사로 부른다. 전자의 경우 자격 취득이 필수가 아닌 반면 후자는 자격 취득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관광진흥법 제38조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관광 안내를 종사하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인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복수의 오빠 렌털 서비스업체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안내를 하면서도 인솔자들에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제로 업체가 게시한 ‘오빠 지원서’를 보면 자사 서비스를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자유여행 서비스’라고 소개하면서도 지원 조건은 ‘외국어 회화가 가능하고 밝은 성격의 사람들’이 전부였다. 심이저 ‘전문적인 가이드가 아니어도 좋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잘못된 역사 정보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전문가인 이들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문화 유적지 관광 안내를 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역사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통상 관광통역안내사는 외국어시험을 포함해 국사와 관광학 등의 필기 시험을 거쳐 구술면접에 이르기까지 총 3차 시험을 통과해야 할 만큼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하는 전문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 오빠 렌털 서비스, 남성에 대한 성상품화일까
한편 일각에서는 오빠 렌털 서비스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상품화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 업체가 일반 관광 안내에 일일 데이트를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도 제공하는 까닭이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오빠는 고객과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함께 노래방을 가는 것도 관광 코스의 하나다. 물론 비용 지불은 고객의 몫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오빠 렌털 서비스가 겉으로 보기에는 성상품화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의 윤김지영 연구전임교수는 오빠 렌털 서비스에 대해 “오빠 렌털 서비스는 성상품화라기보다는 한국 남성 아이돌에 대한 대체 상품이다. 이미 ‘남성 아이돌-팬’이라는 권력구조가 낭만적으로 포장된 상태에서 성착취 구조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해석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남성들. 이 외에도 일상 속 다양한 모습이 소개되어 있다. 사진=업체 홈페이지
윤 교수는 이어 “성상품화는 한 존재의 신체를 파편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격체가 아닌 사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 속 남성들은 모두 일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양한 얼굴, 신체 형상들을 표방하고 있다. 소비층인 외국인 관광객 또한 한국문화 특유의 오빠가 제공해줄 수 있는 환상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이지, 남성 신체에 대한 소유나 통제 의지에 목적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위험성 역시 지적됐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오빠 렌털 서비스는 데이트 서비스와 관광 서비스가 결합된 것이다. 이 경우 문화적 이질성 혹은 언어적 소통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부담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밤 늦은 시간 홍대나 강남 등의 번화가에서 코인 노래방을 가거나 클럽을 방문하는 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무자격자가 외국인의 국내 관광 안내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매년 30~40건 정도다. 특히 최근에는 오빠 렌털 서비스와 같이 정체성이 모호한 업체나 1인 여행업이 증가하고 있어 부처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입법 예고를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오빠 렌털 서비스 업체 여러 곳에 인터뷰 요청과 문의글을 남겼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