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가라오케는 보통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사장’이 있고 그 밑에 ‘영업상무’들이 실질적인 일을 처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다시 영업상무는 밑에 구좌 웨이터를 뒀는데 이들은 자기 손님을 받아 그들의 술값 가운데 일정 비율을 받아가는 방식이라 단순히 서빙 등의 일만 하는 웨이터와 구분된다. 영업상무들은 다시 구좌 웨이터들의 수입 가운데 일정 비율을 챙긴다. 기본적으로 손님, 그것도 좋은 손님을 확보하는 게 텍가라오케의 성공 비결인 만큼 능력 있는 영업상무 확보가 필수다. 대부분의 텍가라오케의 사장은 실제 소유주가 아닌 바지사장들인데 그들 역시 가게 영업 전반을 챙기는 것보다 자기 손님을 많이 확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2000년대 중반 잘 나가던 한 텍가라오케 내부 모습. 일요신문 DB
텍가라오케의 이런 형태는 강남 유흥업계의 중심이 된 클럽과 유사하다. 텍가라오케의 영업상무가 클럽의 MD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MD는 영업사원을 의미하는 ‘merchandiser’의 약자로 알려져 있지만 유흥업계에서는 영업상무를 의미하는 ‘Managing director’의 약자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과거 텍가라오케 전성기에는 일부 연예인들이 바지사장이나 영업상무로 일했다. 유명 연예인, 그것도 연예계는 물론이고 화류계 전반에 발이 넓은 이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그가 확보하고 있는 탄탄한 단골 고객층이 그곳으로 몰려들게 된다. 게다가 텍가라오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손님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손님이 더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연예인 바지사장의 효용성은 더 올라간다. 그를 통해 동료 연예인과 연예관계자들이 많이 오고 빼어난 외모의 지망생들까지 몰려든다면 일반 손님들도 급속도로 늘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출근하며 가게 운영 전반을 챙기는 것이 버거운 이들은 바지사장 대신 영업상무 역할을 맡아 가게로 자기 손님만 몰아서 보내주며 그들이 올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챙겨가기도 했다.
이즈음 유흥업계에선 또 다른 트렌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텐프로다. 아무래도 일반인 손님이 주류인 텍가라오케가 연예인들의 돈벌이 장소였다면 은밀함이 보장되는 텐프로는 연예인들의 놀이 공간이자 사업의 장이었다. 연예인들의 은밀한 비즈니스 만남의 대부분이 텐프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이 텐프로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고 단골 고객층일 뿐이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YG 관련 사태가 바로 달라진 유흥업계와 연예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청사진 같은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한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빅뱅 승리가 운영했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박정훈 기자
“잘 알려져 있듯이 승리는 직접 클럽 버닝썬을 운영했다.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을 운영하는 것하곤 전혀 다른 얘기다. 과거 연예인이 텍가라오케의 바지사장을 했다면 그는 아예 실제 소유주였다. 과거에도 연예인들이 큰돈을 벌었지만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올린 아이돌 스타인 터라 바지사장을 넘어 실제 소유주가 된 것이다. 월수입 몇 천만 원의 바지사장이 아닌 수백억 원대 클럽이나 건물의 실소유주니 말 그대로 큰손이다. 대성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이 비밀리에 영업을 하는 건물의 건물주였다. 대성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건물만 구입하고 군에 입대했다는 얘기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울 강남 논현동 소재 빅뱅 대성 소유의 건물. 박은숙 기자
YG엔터테인먼트 성접대 의혹에서 등장하는 정 마담의 사례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 마담이 일하는 유흥업소의 사장이나 실소유주 등 소위 이 바닥 큰손들을 통하지 않고 당사자와 직접 연락해서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얘기는 그들이 유흥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큰손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취재 과정에선 양현석 전 대표 등 YG 관계자들의 유흥업계 밀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확인된 사안이 아니며 현재 검경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부분은 수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다.
다만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 연예인들의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유흥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다. 과거 강남 텍카가오케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영업사장 출신인 한 유흥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전처럼 연예인이 바지사장 정도 수준이라면 이니셜로 ‘경찰이 유흥업소 불법 운영 관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바지사장이던 연예인 A도 입건됐다’는 정도는 보도됐을 것이다. 그렇게 걸리면 처벌도 그리 무겁진 않다. 그런데 이제는 연루 연예인들이 소위 말하는 이 바닥 큰손들이다. 과거에도 실소유주 등 유흥업계 큰손들이 사법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바지사장을 세우고 이런저런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연예인들이 바로 그런 큰손들이라 수사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유흥업계가 그리 허술한 곳이 아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