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보고서를 조작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사진=일요신문 DB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권희 부장판사)는 1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언제 처음 보고받았고,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등은 비서실장이던 피고인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비난받을 것을 인식해 (사고 상황이) 11회 보고돼 대통령이 상황을 충분히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상황을 감추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고 당일 보고를 정말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받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이를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이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국회에 낸 서면 답변은 허위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유죄”라고 판시했다.
양형 이유로는 “이번 범행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하고자 한 것으로 보여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고, 이미 다른 범행들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 재판을 받은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수 전 실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부하 직원에게 업무폰 통화 내역을 보여주면서 시각을 특정했고, 자신의 분 단위 행적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일일이 밝히지 못하더라도 이는 기억의 한계일 수 있다”며 “최초로 이뤄진 10시 15분 통화가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알려줬다는 점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보려면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당시 피고인은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상태였다”며 “작성한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공모한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에 대한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는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관진 전 실장의 경우 “피고인이 책임자이던 국가안보실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지침이 수정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공용서류손상에 해당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범행했다는 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 후 국방부 장관직을 겸임하느라 세월호 관련 업무는 김규현 1차장이 담당했다”며 “피고인에게 보고된 보고서만으로는 지침을 어떻게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세월호 책임론에서 비켜 있었으므로 굳이 범죄를 묵인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세월호 상황 보고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날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기춘 전 실장의 유죄 선고를 통해 세월호 사고 당일 늑장 대응의 책임이 판결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돼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다만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는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김관진 전 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목적·절차 등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상세히 보고를 받았고 승인한 사실이 증거로 입증이 됐다”면서 “그럼에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항소해서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