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반려동물로서 흔히 키우는 것들로는 개나 고양이, 혹은 조류나 파충류들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얻게 되는 기쁨, 만족감, 위로 등 정서적인 측면에서 본 장점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반려동물을 키우면 더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을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반려식물이다. 반려식물이란 대개 초록색 잎을 가진 식물들을 일컫는 말로 마치 반려동물처럼 초록색 식물을 정성껏 돌보고 키우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큼 상당한 시간과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반려식물 트렌드에 주목하면서 왜 밀레니얼 세대들이 초록색 식물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초록 여왕’이라고 불리는 한니 셰르마울은 독일 크로이츠베르그에서 식물원인 ‘보태니컬 룸’을 운영하고 있다.
‘초록 여왕’이라고 불리는 한니 셰르마울(38)은 독일 크로이츠베르그에서 ‘보태니컬 룸’을 운영하고 있다. ‘보태니컬 룸’ 안에 들어서면 탁한 매연이 가득한 도심과는 확 달라진 공기를 느낄 수 있다. 깊이 숨을 들이마셔도 될 만큼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이곳은 도심 한가운데 고요한 오아시스와도 같다. 천장에는 울창한 초록색 잎들이 늘어져 있고, 축축한 공기에서는 신선한 흙냄새가 난다.
사실 이곳은 일반적인 꽃가게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들은 오로지 초록색 식물들뿐이다. 이를테면 다육식물이나 몬스테라, 그리고 근래 들어 가장 인기있는 칼라테아 등과 같은 화분 식물들이 주를 이룬다. 요컨대 반려식물들인 셈이다. 이곳의 고객들은 이국적이거나 희귀한 식물들을 찾는 30세 이하의 젊은층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포쿠스’는 20~35세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녹색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세련된 아파트와 셰어하우스를 마치 온실처럼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이들에게 실내 식물은 단지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즉, 가족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Y세대는 왜 식물에 열광하는 걸까. 아니, 대도시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점점 더 실내 화초와 선인장을 찾는 걸까.
이고르 요시포비치는 ‘어반 정글 블로거’를 운영하고 있는 성공적인 블로거다. 그는 누구보다 울창한 초록색을 좋아한다.
2013년부터 동료인 주디스 데 그라프와 함께 인기 블로그인 ‘어반 정글 블로거’를 운영하고 있는 요시포비치는 반려식물을 입양하고, 키우고, 돌보고, 관리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면서 ‘온라인 식물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요시포비치는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집안을 녹색 천국으로 꾸미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초록색 공간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 생활에서 회복되는 치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담쟁이덩굴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그런 곳이 되는 것이다.
잡초보다 더 빨리 자라고 있는 ‘온라인 식물 커뮤니티’의 뿌리에 대해 요시포비치는 “미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욕구가 스크린 앞에 놓인 가상의 존재에 대한 대안이라고 믿는다”면서 “디지털 사회에서는 ‘촉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붙잡고, 느끼기를 원한다. 그것은 해소되어야 할 무의식적인 갈망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은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분도 좋게 해주며, 실내 오염물질을 걸러냄으로써 실내 공기를 정화시켜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베이부머 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의 차이를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진 트웬지는 특히 Y세대와 Z세대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령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집안 소파에 편하게 누워서 뚫어져라 넷플릭스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1980년대에는 ‘코쿤족’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사람들과 교류하기보다는 혼자서 소파에서 뒹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런 세대들은 사실은 점점 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인터넷으로 소통을 한다 해도 그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화원 쇼핑몰인 ‘베르가모트’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로망 라파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Y세대들은 조용한 동거인들, 즉 녹색 식물들에게서 ‘인생의 동반자’, 다시 말해 동행인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식물들이 이웃들과의 부족한 접촉을 대신해주고, 안전함과 따뜻함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21세 청년 넬슨 드 코닝크. 그에게 식물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인스타그램(@nelplant) 팔로어는 현재 7만 2000명가량이다. 사진출처=포쿠스
가장 성공한 ‘플랜트플루언서(식물 콘텐츠 관련 인플루언서)’ 가운데 한 명인 벨기에의 넬손 데 코닝크(21)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왜 초록색에 열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코닝크는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무언가를 보살피는 행위는 원하지만, 애완동물이나 심지어 아이에 대해서는 아직 책임을 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녹색 식물을 통해 먼저 연습을 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론 식물을 허투루 키운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7만 2000명가량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코닝크는 “젊은 반려식물 마니아들은 충분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정성껏 식물을 키운다. 이를 통해 정서적인 애착과 만족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반려식물에 대한 해시태그가 넘쳐난다. 매일 인스타그램에는 관련 해시태그(#succulentsunday, #monsteramonday, #urbanjungle)가 달린 수백 장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으며, 이런 사진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떡갈고무나무는 어떤 토양에서 가장 잘 자라나요?’ ‘필레아는 햇빛을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등 서로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현재 이런 트렌드는 미국과 스칸디나비아를 넘어 러시아, 남미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초록색 식물을 키우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주된 화두 가운데 하나인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욕구는 단지 초록색 식물을 키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태니컬 룸’을 운영하는 셰르마울은 “우리는 중국산 화분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판매하는 모든 화분들은 수작업으로 만든 도기들이라고 말했다.
“식물과 화분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말하는 셰르마울은 녹색 식물을 청바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둘 다 계절마다 조금씩 스타일은 바뀔지 몰라도 결코 유행을 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청바지를 죽이는(?) 것이 식물을 죽이는 것보다는 더 어려울 뿐이라고 셰르마울은 재치있게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왕초보도 키우기 쉬운 식물 셋 몬스테라 #몬스테라 독특하게 생긴 큰 잎으로 특히 인기가 많다. 쉽게 시들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 #고무나무 생명력이 강하고 까다롭지 않아서 키우기 쉽다. #산세베리아 웬만해서는 시들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키우기에 적합하다. 밤에는 상당량의 산소를 내뿜는다. |
산세베리아 스킨답서스…“공기청정기 따로 없네” 산세베리아 초록색 식물은 기분을 돋우고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식물이 하는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가령 식물은 공기를 정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따라서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미항공우주국(NASA)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실내 공기의 오염 상태는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수준인 경우가 많다. 실내 공기 오염 물질들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트리클로로에틸렌, 자일렌, 톨루엔과 같은 유독성 배출물을 포함해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이런 독성물질들은 특히 사무실이나 아파트같이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천연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하지만, 특히 공기에서 발암성 화학물질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식물들로는 아레카 야자, 스킨답서스, 관음죽, 행운목, 필로덴드론, 고무나무, 아글라오네마, 산세베리아, 스파티필름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