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커런트 워’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에디슨 역)와 니콜라스 홀트(테슬라 역), 톰 홀랜드(인설 역), 마이클 섀넌(웨스팅하우스 역)의 쟁쟁한 출연진으로 먼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셜록’과 ‘닥터 스트레인지’로 국내 관객들에게 매우 친숙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캐릭터와의 물아일체를 보여줬던 톰 홀랜드의 공동 출연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줬던 ‘시니컬한 말장난을 구사하는 성격 나쁜 천재 캐릭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에디슨이 컴버배치의 연기 그대로 또는 더 못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굳이 컴버배치가 이 역을 맡아 엇비슷한 캐릭터 리스트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결국 이 작품을 선택해 관객들로 하여금 에디슨보다는 ‘필라멘트 전구를 상업화한 셜록’을 떠올리게 한 것은 컴버배치의 치명적인 실수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톰 홀랜드의 비서 연기도 또 하나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대외적으로는 ‘협상의 천재’로 홍보하긴 했지만 극중에서 톰 홀랜드가 맡은 ‘인설’이 당최 무슨 협상을 천재적으로 해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그의 존재는 에디슨의 죽은 부인 메리를 대신해 에디슨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에서야 그나마 부각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에디슨&인설 페어와 웨스팅하우스&테슬라 페어의 전쟁이라는 홍보가 무색해진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니콜라스 홀트의 니콜라 테슬라 역시 카이저수염과 멋진 복장을 제외하면 관람 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극중에서 가장 융화되지 않는 그의 존재감은 확신하건대 톰 홀랜드 이하다.
이는 조지 웨스팅하우스 역의 마이클 섀넌의 아우라에 테슬라의 캐릭터 자체가 가려진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홍보는 에디슨과 테슬라, 세기의 ‘발명 천재’들의 ‘전류 전쟁’으로 이뤄졌지만 포장지를 풀어 보면 남는 것은 ‘비즈니스 천재’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의 ‘비즈니스 전쟁’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중에서 그나마 긴장감을 가장 길게 유지하는 캐릭터도 웨스팅하우스인데, 테슬라는 등장할 때마다 그와 함께 해야 하니 본의 아니게 역할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가 다루고 있는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전류 전쟁 역시 ‘19세기 가장 센세이셔널한 역사적 사건’으로 보기엔 긴장감이 떨어진다. 실제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대충 봐도 예상할 정도로 기승전결은 직선으로 뻗어있고, 밋밋한 갈등은 언제 불거졌는지조차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해결된다.
전류를 지배하는 자가 미국을, 더 나아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견에서 출발했다는 세기의 이벤트가 이토록 단순한 줄다리기처럼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2017년 선공개 후 상당 분량의 재촬영을 거쳤기 때문에 기존의 시나리오와는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 배우들을 데리고, 이것이 한계였을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2세 이상 관람가, 108분. 22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