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주목하고 있다. 기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장악력이 없는’ 장관이었다면 조국 후보자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 이미 앞선 고위·중간간부 인사를 ‘나가기 전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주도했다’는 얘기가 검찰 내에 공공연히 돌면서, 조국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애한다고 하지 않냐. 결국 조국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얼마나 흠집이 나서 오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며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기대하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국가관이 그 어느 장관보다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감을 표출하는 법조인도 있다.
그리고 검찰은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충돌을 우려한다. 기존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둘 다 대외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면, 윤석열 총장과 조국 장관 후보자는 SNS 등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편이기 때문이다.
8월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최준필 기자
# 조국 저서 보니, 검찰 반발 불가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검찰에 ‘인사’로 존재감을 과시한 조국 후보자. 실제 조국 후보자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에게 부여된 인사권을 활용해 검찰을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소신을 자신의 저서 등에서 강조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출간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서 “검사들이 ‘검찰을 쪼갠다’고 반발하면 ‘너 나가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가진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십분 활용해,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고검장, 검사장급 인사에서 몇몇 자리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의견이 강하게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무부 장관 1/3, 검찰총장 1/3, 민정수석실 1/3 정도 인사 권한이 나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민정수석실 의견이 1/2 이상 반영되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법무부 장관이 되면 더 적극적으로 인사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 후보자는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서도 “(검찰을) 나가시겠다고 하면 빨리 보내 드려야 한다. (검사들이) 집단 항명을 해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며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검사보를 대거 채용해 새로운 검찰을 만들면 된다”고 언급한 것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되겠지만, 그대로 안 됐으면 좋겠다’는 소수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국 후보자가 추구하는 방향이 기존 검찰에게는 너무 큰 변화일 수밖에 없다”며 “청문회에서 사노맹 등 과거 사상 이슈가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설마 청와대에서 임명을 철회하겠냐.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행은 당연하지만 장관이 되고 난 뒤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 인사를 넘어선 정책들도 갈등 불가피
검찰 개혁이라는 임무 완수를 위해 법무부 장관직을 선택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 조직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당시 그의 주장들을 볼 때 검찰과의 입장 차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과거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검찰에 권한이 너무 많다”는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다. 지난 2011년 출간된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조 후보자는 “한국 형사 사법 체제에서 검사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하여, 검찰 내부의 비리를 척결하고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 검찰의 수사권 독점은 끝나야 한다. 검찰과 경찰의 경쟁과 상호 견제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25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이종현 기자
그보다 앞선 2005년에 쓴 ‘현 시기 검찰·경찰 수사권조정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논문에서는 “우리 경찰 수사의 현실에서, 공소의 책임자이자 법률가인 검사가 수사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경찰수사를 지휘하는 체계를 폐지하는 것은 조급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조 후보자는 8월 13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에는 경찰개혁이라는 문제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였다”며 현 정부 들어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사이에는 시기와 방식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큰 틀에서 ‘검찰의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박상기와 달리 강한 조국, 검찰 “윤석열 기대”
검찰 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검사들의 바람은 ‘막강 검찰’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찰의 위상 회복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좌천성 인사로 옷을 벗고 나선 여러 검사들조차도 “윤 후보자가 총장이 되면 달라지지 않겠냐”는 얘기를 할 정도로, 검찰 내에서는 ‘위기의 검찰을 지킬 대장’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실제 윤 후보자와 가까운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여당 일부에서 반대했는데, 힘 있는 검찰총장을 얻은 탓에 검찰의 정치적 위상도 올라가고 있지 않냐. 국민적 지지도가 있는 총장을 얻었다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너무 소중한 부분”라고 평가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곧잘 해온 윤 후보자인 탓에 ‘정치적 중립성과 인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란 임명장 검찰총장 수여식을 앞두고 차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런 검찰 내부 기류는 조국 후보자의 입장과 배치된다. 검찰의 권한 분산이라는 기존 입장에 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간부급 검사는 “윤석열 총장은 국회 청문회에서도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냈지만,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부분도 분명 언급하지 않았냐”며 “지금 패스트트랙 안건에 올라간 안 그대로 가지 않는다면 검찰 의견도 새롭게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때 분위기에 따라 윤 총장이 경찰의 한계를 검찰이 보완해야 한다는 식으로 검찰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强) 대 강(强)의 대결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국 후보자와 윤석열 총장을 모두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사석에서 두 명 모두 자신의 의견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만 자신을 설득하거나 납득시키지 않으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강골들”이라며 “윤 총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조국 후보자는 SNS 등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던 사례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두 강골들의 의견 차이가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