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의 가족과 재산 이슈는 인사검증의 첫 번째 관문이다.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알려진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씨는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다. 부부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딸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아들은 해외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조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조 후보자 가족은 56억 4000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부동산은 본인 명의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10억 5000만 원과 아내 명의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상가 7억 9000만 원, 부산 해운대 빌라 건물 임차권 1600만 원 등으로 18억 9000만 원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예금이다. 후보자 가족의 예금은 본인 6억 1000만 원, 아내 27억 원, 딸 6000만 원, 아들 5000만 원 등 34억 4000만 원이다.
특히 예금 자산 중 아내와 딸, 아들이 투자한 펀드에 이목이 집중됐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 씨와 자녀는 2017년 7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사모펀드)’에 각각 67억 4500만 원, 3억 5500만 원, 3억 5500만 원 출자를 약정했다. 실제 투자는 정 씨가 9억 5000만 원, 자녀들은 각각 5000만 원씩 이뤄졌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기업을 매입, 매각하며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펀드 운용사는 신생회사인 코링크PE다. 이 회사는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이 3억 원 이상이다. 따라서 정 씨는 10억 5000만 원의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고 이를 자녀에게 5000만 원씩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상 성년 자녀에게는 10년 단위로 5000만 원까지 증여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후보자 및 가족의 재산형성과 거래, 자녀증여가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세금문제 역시 위법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10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신생 운용사인 코링크PE에 거금을 투자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또 당초 약정금액인 74억 원은 조 후보자 가족의 전재산보다 큰 금액이라, 자금조달 방법이나 추가투자 계획에 의구심이 든다.
펀드 투자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출자약정금액은 유동적으로 총액을 설정한 것일 뿐 추가 납입 의무가 없다. 계약 당시 추가로 납입할 계획도 없었다”며 “블라인드 사모펀드로 투자 종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종목에 투자됐는지 모르고 있고,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측 해명으로 논란은 더 커졌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해지기 전에 펀드를 조성한 뒤 투자 대상을 찾는다. 이 때문에 투자 운용사의 운용이력이나 성과에 대한 믿음 없이 쉽사리 투자하지 않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신생 운용사에 전재산을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정하고, 실제로 약정할 생각은 없었다는 해명을 했다. 투자도 하지 않을 약정서를 왜 작성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된 사안이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정수석의 지위에 있던 걸 감안하면 이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민정수석이 투자한 펀드에 대해서 시장과 개인이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후보자의 해명은 더 실망스럽다. 코링크PE는 대표부터 운용전문 인력이 아닌데 어떤 연유로 신생회사에 거금을 투자했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다주택 피하려 위장매매?
조 후보자 가족의 다주택 위장매매 의혹도 거세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을 지내던 당시 배우자 정 씨는 아파트 1채를 시동생의 전부인에게 넘겼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관보에 따르면 2017년 정 씨는 부산 해운대의 경남선경 아파트를 3억 9000만 원에 매도했다. 정 씨가 매도한 아파트를 산 A 씨는 조 후보자의 동생의 전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는 조 후보자의 모친 박 아무개 씨가 2015년까지 거주했다.
정 씨가 시동생의 전처와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친족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서류상만 넘기는 ‘위장매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무렵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강력한 다주택자 투기 규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가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에 맞지 않아 집을 처분했다는 입장이다.
위장매매 의혹이 커진 것은 정 씨가 시동생 전처와 또 다른 부동산 계약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시동생 전처와 여러 건의 부동산계약을 맺은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정 씨는 A 씨와 부산 해운대구 연립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6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조건이다. 시세보다 낮은 계약 조건인 데다 지난 7월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을 거꾸로 기재해 논란을 키웠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 집안과 전 제수 A 씨는 이혼 후에도 계속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후보자 동생 부부가 운영하던 부동산개발 업체를 보면, 전처가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것은 2018년 3월로 이혼 이후다. 현재 대표는 조 후보자 동생이다. 더군다나 A 씨 소유의 빌라에는 조 후보자 모친이자 전 시어머니 박 씨가 거주하고 있어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마저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빌라 거래는 매매상 문제가 없으며 계약서상 착오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 내로남불 위장전입 논란
위장전입도 논란거리다. 조 후보자는 울산대학교 조교수로 재직하던 1999년 10월 장녀와 두 달이 채 되지 않게 부산의 아파트에서 서울 송파구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짧은 기간 서울에 주소지를 올린 조 후보자를 두고 자녀 학교 배정을 염두에 둔 위장전입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의 20여 년 전 위장전입이 강하게 비판받는 것은 ‘내로남불’ 행보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칼럼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에서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언급했다. 또 2010년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는 “타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학군 조정용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은 처벌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 후보자는 8월 16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저에 대해 여러 점에서 비판과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소상하게 답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