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석X손동혁 채널에 올라온 ‘페이스북 신종사기 참교육 영상’ 화면 캡처.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에서는 ‘가짜 계정’이 친구 추가를 하면서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음란 화상 채팅(몸캠피싱)을 하자고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이렇게 접근한 피싱 범죄자는 상대방의 음란한 행위를 녹화한 후 협박하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낸다.
장인석X손동혁 채널은 이들에게 일부러 접근하는 것으로 영상을 시작한다. 장인석 씨는 “제가 제 몸을 희생하도록 하겠다”면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직접 몸캠피싱에 당한다. 몸캠피싱 범죄자 측이 “니 인생 끝났다. 니 엉덩이 다 녹화해서 핸드폰에 있는 카톡으로 뿌린다”고 경고했고 이에 장 씨는 “지워달라”고 요구한다. 범죄자가 “못 지워준다”고 하자 장 씨가 다시 “직접 만나 돈을 줄테니 지워달라”며 접선하기로 한다.
영상은 이렇게 만난 범죄자를 장인석 씨가 만나 시간을 끌고 손동혁 씨가 미리 불러 놓은 경찰에 넘기며 끝난다. 영상 말미에 “이 동영상이 멀리 퍼져서 이와 같은 범죄가 다시 안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이 동영상을 보고 조심하세요. 좋아요와 댓글 구독 부탁드릴게요”라고 적어뒀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위 영상에 의문을 품은 조작 영상 전문 유튜버 전국진 씨는 영상이 조작됐다고 생각해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전 씨는 여러 과정을 거쳐 경찰에 문의를 하게 됐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유튜브 영상 내용과 전혀 다른 이유로 출동했고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출동한 이유는 2019년 6월 8일 새벽 12시 40분에 누군가가 112에 신고를 하면서다. 신고 내용은 “벌금 수배자가 있다. 아는 사람이다. 수배 내용은 모른다”라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한 누군가는 장 씨 혹은 손 씨였다.
이렇게 출동한 경찰은 10분도 안돼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신고자를 만나 신고 사실을 확인했다. 영상에 나온 범죄자 역을 맡았던 A 씨를 장 씨와 손 씨는 수배자라고 했다. A 씨 수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신분증을 제시 받아 휴대용 조회기를 통해 수배자 여부를 조회했으나 수배 사실이 없었다.
경찰 측은 수배되지 않았다고 재차 답변했지만 손 씨, 장 씨 측은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경찰은 당시 경찰청 당직실로 전화해 수배자 인적사항을 통해 수배 여부를 조회했다. 하지만 납부해야 할 벌금이 일부 있을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마도 손 씨와 장 씨가 영상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 측은 장 씨와 손 씨, 그리고 수배자 A 씨에게 ‘수배된 적 없다’고 알려주면서 신고 처리 사항에 이의 없냐는 질문에 수배자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신고 처리는 종료됐다.
장인석, 손동혁 씨는 범죄자를 경찰에 넘겼다지만 사실은 경찰에 허위 신고를 통해 영상 신뢰도나 조회수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신고 처리가 종료되려고 하자 수배자라고 했던 A 씨는 ‘신고자들과 같이 있으면 시비가 발생할 것 같으니 자신을 멀리 떨어트려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2차 사건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배자 A 씨를 신고지에서 약 2km 떨어진 지하철역 앞까지 순찰차로 태워 데려다 줬다. 장 씨와 손 씨가 올린 영상에선 이 장면을 몸캠피싱 범죄자가 마치 순찰차를 탄 것처럼 꾸몄다.
이렇게 경찰을 허위 신고로 불러내 공권력을 낭비시킨 뒤 손 씨와 장 씨는 ‘참교육’했다며 이 영상을 올렸다. 손 씨와 장 씨는 이 내용을 사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경찰과 만나는 순간부터 음성을 없애고 수배자 역할 A 씨를 경찰차에 태워 보내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같은 영상에 네티즌들은 “사이다다. 구독, 좋아요 누릅니다”, “확실한 진짜 참교육이다”, “참교육 영상 중에 최고다” 등의 댓글이 3000개가 달렸고, 좋아요도 1만 개 이상 받았다.
문제는 이런 영상이 유튜브에 많다는 점이다. 한 현직 형사는 “가뜩이나 거짓 신고 전화나 위급하지 않은 상황에도 경찰을 불러 경찰력이 낭비돼 진짜 필요한 곳에 출동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유튜버들까지 경찰을 하나의 영상 아이템으로 마음대로 불러서 쓰는 것 같아 화가 나고 경찰을 얼마나 무시하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며 “유튜브에는 조작 영상이 넘쳐난다. 조작 영상을 위해 부른 데다 이를 통해 수익까지 얻었다. 경찰 조직 차원에서 조작 영상을 위한 장난 전화나 허위 신고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인석 씨, 손동혁 씨에게 해당 내용에 관한 해명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