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8월 8일 환경오염 논란에 휘말린 수입 석탄재와 관련해 관리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수입 신고 시 공인기관의 방사능검사 성적서를 환경청에 제출하고, 통관 단계에서도 매번 방사선 간이측정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16일에는 국내 폐기물 재활용을 높여 석탄재 수입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예를 들어, 시멘트 재료로 사용되는 수입 폐타이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석탄재는 우리가 몸담은 건물의 시멘트 재료로 사용된다. 안정성 검증이 되지 않은 석탄재에 환경부는 뒤늦게 ‘기준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헛점이 많았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최병성 목사는 환경부를 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일요신문은 15일 최병성 목사를 만나 현재 수입되고 있는 석탄재와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임준선 기자
최병성 목사는 90년대 후반 시멘트 업체들이 소성로에 유해 폐기물을 넣고 태운다는 사실을 접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국내 시멘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환경운동가 노선을 걷고 있다. 8월 15일 수입 석탄재로 만든 시멘트의 위해성을 주장하는 그의 말을 들어봤다.
―환경부는 시멘트 재료로 사용되는 석탄재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석탄재 재활용 기준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았다. 석탄재 1kg당 납은 150㎎, 구리 800㎎, 카드뮴 50㎎, 비소 50㎎, 수은 2㎎이 환경부 기준인데, 이를 넘어설 석탄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납은 45㎎ 이하, 구리는 7.99~24.5㎎, 카드뮴 2.09㎎ 이하, 비소 9.66㎎ 이하, 수은 0.43㎎ 이하다. 환경부는 수십 배 높은 검출량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시멘트에 폐타이어, 폐비닐 등 쓰레기를 넣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멘트 업체들은 비용을 주장하고 있다. 32평 기준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 값이 얼마일까. 복도, 지하주차장, 공동 공간에 들어가는 면적 모두 포함해서 150만 원 정도 된다. 한국시멘트협회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면적만 절대적으로 보고 계산한 값이다. 아파트 한 집에 들어가는 시멘트 값은 150만 원 정도인데, 이는 폐타이어, 폐비닐, 폐유 등 모든 쓰레기를 사용하여 시멘트를 만들었을 때 비용이다. 여기서 일본 수입 석탄재를 사용하지 않아 시멘트 비용이 인상되어도 몇 만원에 불과하다.”
―쓰레기로 만들지 않은 시멘트를 사용하면 얼마가 나올까.
“기존 값에서 20% 정도의 비용이 올라간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가 150만 원이라면, 쓰레기를 넣지 않으면 180만~190만 원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을 보통 3억~5억 원 수준이라고 볼 때, 시멘트 비용 고작 30만~40만 원 올라가는 게 그렇게 큰돈이겠나. 시멘트 업체들은 비용 이야기를 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국민들에게 ‘아파트 값 오른다’며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왼쪽은 일본에서 석탄재를 들여오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모습. 오른쪽은 석탄재가 쌓여가고 있는 국내 화력발전소 ‘동해 화력’의 모습. 사진 제공=최병성 목사
―쓰레기를 넣어 만든 시멘트도 문제지만, 일본으로부터 석탄재를 수입하는 것도 논란이다.
“시멘트 업체는 해외 석탄재 수입을 중단할 경우 시멘트 소성로 가동이 저하되고, 이는 국내 폐기물 처리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환경부도 수입 석탄재에 아쉬운 입장이다. 해외에서 수입한 석탄재를 시멘트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국내의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 쓰레기를 같이 처리하게 되는데, 석탄재 수입을 중단하면 시멘트 생산 가동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성로를 돌려야 국내 쓰레기도 줄일 수 있는데 수입을 안 하면 쓰레기가 쌓인다는 것이다.”
―국내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가.
“시멘트 업체는 일본 석탄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한다. 어떤 업체는 일본 석탄재를 반도체의 ‘에칭가스’와 비교했다. 에칭가스 없이 반도체 생산이 불가하듯, 시멘트 생산에도 석탄재는 필요하단 것이다. 틀린 말이다.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던 2002년 이전에는 시멘트를 어떻게 만들었나. 삼표시멘트‧쌍용양회‧한일시멘트‧한라시멘트가 일본 석탄재를 수입했고, 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고려시멘트는 일본 석탄재 없이도 만든다. 일본 석탄재 없이 시멘트를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 제기 이후, 환경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저는 일본 석탄재 수입을 문제 삼았고, 일본 환경성에 직접 찾아가 ‘당신의 나라에서 수입하는 석탄재가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을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고, 수입이 중단됐다. 그런데 한 달 뒤 우리 환경부가 일본 측에 ‘수입을 재개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내용 중엔 ‘최병성 위원이 제기했던 문제는 잘 해결됐으니, 수출을 재개해 달라’는 말이 있었다.”
최병성 목사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체들과 환경부는 거짓말로 ‘시멘트의 위험성’을 덮어 왔다. 임준선 기자
“이후 환경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름 해명에 나섰다. 수입을 줄이고 국내 석탄재 사용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량이 늘어갔다. 2008년 기준 쌍용양회 수입량은 43만 4000톤, 삼표는 21만 톤이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쌍용양회는 53만, 38만, 38만, 64만, 59만, 60만 톤으로 늘어났고 삼표는 18만, 31만, 36만, 71만으로 늘어났다.”
―2008년 수입이 잠시 중단됐을 때, 일본은 어떤 반응이었나.
“국내 시멘트 업계가 난리가 났고, 일본에서도 환경부로 자꾸 연락을 취해 왔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으로 쓰레기 석탄재를 수출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처리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본 환경성 입장에선 우리의 수입이 간절하다. 환경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 대상 국가가 거의 한국이다. 93% 이상이 한국이고 홍콩이 5%, 태국이 1%다(2017년 기준). 최근 몇 년 전부터 홍콩과 태국이 가져갔지,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100%였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수입하기 위해 어떤 명분을 내세웠는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석탄재는 두 가지 종류다. 위로 날리는 비산재와 아래에 있는 바닥재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산재가 부족해서 일본으로부터 비산재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2008년 조원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일본에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수출하는 석탄재는 비산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일본 답은 다음과 같았다. ‘수출하고 있는 건 비산재와 바닥재를 같이 보내고 있다’.”
―기업체들이 거짓말한 것인가.
“국회 국정감사에 쌍용양회 본부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바닥재와 비산재가 같이 섞여 들어오면 우리 수송라인이 막힌다’고 말했다. 당시 조 의원은 ‘일본 환경성에서 저렇게 같이 보냈다고 말하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라고 다그친 바 있다. 그 본부장은 아무 말도 못했다. 당시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도 ‘아무리 돈이 최고여도 쓰레기를 가져오며 국정감사에서까지 거짓말을 하느냐’라고 말했다.”
최병성 목사가 시멘트 유해성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돈이 최고라는 말은 무슨 말인지.
“우리나라 시멘트 업체들이 일본 기업이 있는 항구로 직접 가서 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된다. 톤당 대략 5만 원을 받는데, 중간 선사가 운임비로 2만 원 정도를 받고, 차액은 3만 원 정도가 남는다.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취해온 것이다.”
―일본의 어떤 기업으로부터 수입을 했었나.
“많은 기업이 있지만 스미토모, 미쯔비시, 미쓰이화학 등으로부터 가져오기도 한다. 다 전범기업이다.”
―그렇게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동안, 국내 석탄재는 어떻게 쌓여가고 있었는지.
“과거 화력발전소인 동해화력에 가면 매립장에 석탄재가 없었다. 시멘트 업체가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석탄재 수입이 시작된 이후, 석탄재가 다시 쌓이고 있다. 국내 석탄재 재활용률이 줄어들었다. 수입이 시작된 2002년에는 수입량이 미미했는데, 2004년부터 수입이 본격화되었고 2008년 수입량 기준으로 감축하겠다고 협약했으나 오히려 60~70%까지 수입량이 증가했다..”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은 석탄재, 어떻게 위험할까.
“외국 논문을 살펴봤다. ‘석탄재는 상당한 양의 우라늄과 토륨, 방사성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재들이 실내 노출되는 건축재로 사용될 때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돌연변이를 발생시키는 유기화합물이 발견될 수 있다’ ‘기형을 유발하며 유전적 문제를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아파트에 살아왔다. 그런데 왜 언제부턴가 새집에 들어가면 아토피가 늘어나나. 최근 들어서 생긴 문제다. 집이란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 환경부는 ‘시멘트를 굳히면 (유해물질은) 안 나온다’, ‘소각하면 다 없어진다’고 말하지만, 시멘트의 성격은 그렇지 않다. 잘 부서지고 잘 흡수하고 잘 날린다. 우리는 검증도 되지 않은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만큼 방사능도 우려스럽다.
“방사능 오염은 바람을 타고 멀리 가기도 하며, 도쿄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여전히 높다고 하지 않나. 사실 저도 일본 수입 석탄재 방사능 검사를 아직 해보지 않아서 자신 있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후쿠시마로부터 200㎞ 떨어진 곳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문제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최병성 목사에 따르면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는 국민 1인당 3450원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 시멘트’를 유통하고 만들고 눈감아 왔다. 임준선 기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건축물까진 아니더라도 가정집에 사용하는 시멘트는 좀 더 건강한 시멘트를 사용하고, 시멘트 값은 좀 더 올려야 한다. 제가 여론조사도 해봤다. ‘깨끗한 시멘트 아파트에 살기 위해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86.7%의 국민이 ‘그렇다’고 답했다. 시멘트업계는 쓰레기를 시멘트에 사용하면 국가적으로 연간 1780억 원이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을 우리나라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3450원이다. 우리는 담배 한 갑도 되지 않는 값을 절약하기 위해 목숨 걸고 쓰레기 시멘트 사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