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최준필 기자
조국 후보자와 윤석열 총장 조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그림이었다. 올해 초부터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을 그만둔 뒤 법무부 장관으로 옮기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돌았다. 앞서 검찰총장 인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할 때 친문 인사들은 “조국 장관, 윤석열 총장 체제는 일찌감치 준비된 시나리오”라며 윤 총장 임명을 확신했었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조 후보자와 윤 총장과 달리 김조원 민정수석 이름은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여권에선 ‘친문 중 친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믿고 일을 맡기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다. 한 친문 의원은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비밀병기나 다름없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 신뢰가 강한 만큼 조국 못지않은 실세 민정수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행정고시(22회)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은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공직기강비서관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청와대 인사검증 매뉴얼을 최초로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청와대를 나온 뒤엔 감사원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김 수석은 MB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을 나왔다.
김 수석은 일 처리를 할 때 깐깐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그를 아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시집 강매 사건은 김 수석 ‘진가’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김 수석을 당무감사원장으로 발탁했다. 김 수석은 피감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노영민 실장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고,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 뒤 노 실장은 20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노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 대통령 최측근이다.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권 재수를 노리던 문 대통령 핵심 브레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김 수석을 향해 친문계 인사들은 수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오히려 김 수석의 이러한 부분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리더라면 위기의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따르는 별동대가 필요한 법이다. 김 수석은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진정한 ‘문재인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 실장은 현재 김 수석 상관이다. 그런데 ‘악연’이 있는 노 실장 역시 김 수석을 조국 전 수석 후임으로 강력히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김 수석 등판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친문 인사들은 김 수석이 대통령 후반기 해이해지는 공직 기강을 다잡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조국 전 수석 시절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던 인사 검증 부문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친문 전직 의원은 “조국에 비하면 김조원 수석은 감사에 특화된 사정 분야 전문가”라면서 “인사검증이나 기강단속이 보다 꼼꼼히 이뤄질 것”이라고 점쳤다.
문 대통령의 김 수석 임명은 ‘석국열차(조국-윤석열)’와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사정라인 운영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 수석이 공직기강을,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윤 총장이 적폐청산 및 기업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역할을 분담한다는 게 골자다. 사정라인 간 힘의 균형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잃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들도 ‘삼각편대’ 간 역학관계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그 어떤 곳도 독주할 수 없겠지만 청와대 주도 사정 드라이브가 진행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었다. 김 수석이 전면에 나서진 않겠지만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뒤를 이었다. 이는 친문 핵심부가 검찰 견제에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한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 위에 조 후보자, 그리고 김 수석을 배치해 복수의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그리고 친문 핵심들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았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후반기를 맞아 공직사회 기강 해이, 검찰과 재벌의 반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검찰 조직은 노골적으로 여권 인사들을 향해 칼을 겨눴다.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을 몸소 겪었다. 여권 내에서조차 비토 기류가 적지 않았던 조국-윤석열의 임명 강행, 그리고 ‘히든카드’ 김조원 수석의 발탁은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