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을 응원하러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현장을 찾는 조지 홀스트 씨. 홀스트 씨는 8월 18일 한국 선수단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8월 18일 오전 2시(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리틀야구 D구장.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를 하루 앞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됐다.
이날 훈련장에선 리틀 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한 현지인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해마다 한국을 응원하러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현장을 찾은 조지 홀스트 씨(53)였다. 피츠버그에 거주하는 홀스트 씨는 아들 조쉬 홀스트 군과 함께 4시간을 운전해 윌리암스포트로 오는 길이 즐겁다. 한국 소년들의 야구를 관전할 수 있는 까닭이다.
홀스트 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팬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홀스트 씨의 첫 번째 대답은 “그냥”이었다. 이어 홀스트 씨는 “사실 여러 이유가 있다”면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매력을 설명했다.
“나는 피츠버그에서 학생 야구를 지도하는 코치다. 그간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야구를 존중할 줄 아는 팀이다. 야구를 향한 존중뿐 아니라 상대팀에 대한 존중 역시 본받을 만하다.” 홀스트 씨의 말이다.
홀스트 씨는 “미국의 어린 야구선수들은 자신이 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닥을 발로 걷어차거나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행동으로 화를 표출한다.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했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겐 그런 모습이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은 지도자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 그런 태도를 바탕으로 오밀조밀한 플레이를 완성한다. 비록 리틀야구 선수지만, 프로페셔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게 바로 내가 한국을 응원하는 이유다. 살면서 한국이란 나라와 큰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리틀야구 선수들이 나와 한국의 인연을 선물해줬다.”
이어 홀스트 씨는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내놓으며, 팬심을 증명했다. 홀스트 씨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팀은 끈끈한 수비와 세밀한 작전이 돋보이는 팀”이라면서 “어려운 상대인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결국 승리를 쟁취해 냈다. 그들의 경기에선 엄청난 열정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조지 홀스트 씨는 “나와 한국 사이의 인연을 만들어준 건 한국 리틀야구 소년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동섭 기자
리틀 대표팀은 8월 18일 오후 10시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서 퀴라소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홀스트 씨는 퀴라소전을 이렇게 전망했다.
“볼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11대 0으로 꺾은 퀴라소는 꽤나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 역시 베네수엘라전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 소년들이 지난 경기보다 더 성장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퀴라소 전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18일 오전 4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훈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홀스트 씨는 리틀 대표팀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홀스트 씨는 “여러분이 지금의 열정을 유지한다면, 월드시리즈 챔피언 등극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 꿈이 아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홀스트 씨는 “나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팬이기도 하다. 만약 여러분이 자라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다면, 피츠버그를 상대할 때 조금 살살 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 홀스트 씨는 소중한 보물을 자랑하듯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한국리틀야구연맹 달력에 나온 자신의 사진이었다. 이어 홀스트 씨는 “내일 퀴라소전 현장에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몇 마디를 덧붙였다.
“한국 소년들의 행운을 빈다. 그리고 언젠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회’를 꼭 방문하고 싶다. 아들과 함께 말이다. 야구를 존중할 줄 아는 선수들을 보는 건 그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