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리틀리그 MLB 클래식’ 경기가 끝난 뒤 기념촬영에 임하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한국 선수단 뒷쪽엔 시카고 컵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리틀야구 선수처럼’ 경기 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KBO리그 출범 당시의 슬로건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이 슬로건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바로 ‘MLB 리틀리그 클래식’을 통해서다.
2017년 처음 개최된 ‘MLB 리틀리그 클래식’은 1년에 한번 열리는 행사다. ‘세계 리틀야구 대제전’이라 불리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릴 즈음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BB&T 히스토릭 보우만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다. 이 행사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플레이어스 위켄드(Players’s Weekend)‘의 주요 이벤트이기도 하다.
MLB 사무국은 해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MLB 리틀리그 클래식’에 편성한다. 올 시즌엔 시카고 컵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들이 이 행사에 초청됐다. 8월 19일(한국시간) 윌리암스포트 현지에 도착한 두 구단 선수들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 선수들과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19일 오전 8시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이 막을 올렸다. 소위 ‘일등석’이라 불리는 포수 뒷자리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 선수들이 모여 앉았다. 리틀야구 선수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즐거워했다.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 선수들은 시카고 컵스 소속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와 뜻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미국 ‘사우스 웨스트’ 지역 대표 선수들은 시카고 컵스 불펜투수 크레이크 킴브렐이 등판하자, 킴브렐 특유의 투구 동작을 따라하며 경기를 즐겼다.
즐거운 표정으로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을 관전하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철벽 유격수’ 박민욱과 ‘안방마님’ 현빈. 사진=이동섭 기자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 역시 이날 경기를 맘껏 즐겼다. 대회와 관련한 긴장감은 잠시 접어둔 모습이었다. 리틀 대표팀 선수들은 메이저리거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의 방향은 비슷했다. “언젠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리틀 대표팀 ‘안방마님’ 현빈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야디어 몰리나가 최고의 포수인 건 안다. 언젠간 몰리나처럼 타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철벽 유격수’ 박민욱은 “퀴라소전에서 몸에 공을 두 번이나 맞아 등이 아프다. 그런데 경기를 보니 아픈 게 싹 잊혀졌다”며 활짝 웃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걸 보니까 저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오늘 시카고 컵스 유격수 하비에르 바에즈 선수가 정말 멋져보여요. 정말 잘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저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박민욱의 말이다.
리틀 대표팀 ‘좌완 에이스’ 나진원과 사령탑 이민호 감독이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 관전에 여념이 없는 장면. 사진=이동섭 기자
19일 퀴라소전을 4대 0으로 승리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KBO리그 최고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솔직한 소감을 밝힌 좌완투수 나진원 역시 메이저리그 경기에 푹 빠져 있었다.
나진원은 “아까 인터뷰에서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이 경기를 보면서 생각이 ‘반반’으로 변했어요. 일단 야구를 더 잘해서 어디서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를 가장 집중해서 본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리틀 대표팀 이민호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면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 한국과 미국 선수들의 기술적 차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배울 것이 참 많다. 여기서 배울점을 한국 야구문화에 잘 접목해 좋은 유망주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은 시카고 컵스의 7대 1 승리로 끝났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경기 초반부터 시카고 컵스에 흐름을 내주며, 패했다.
어린이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MLB 리틀리그 클래식’ 로고. 사진=이동섭 기자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리틀야구 선수들은 자신들의 꿈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은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야구 소년들이 꿈의 씨앗을 심는 자리였다.
‘2019 MLB 리틀리그 클래식’이 끝난 뒤 전 세계에서 모인 리틀야구 선수들은 다시 ‘세계 리틀야구 챔피언’ 자리를 향한 도전을 재개했다. 8월 20일(한국시간)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다시 한번 뜨거운 열전에 돌입했다.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3라운드에 진출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8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윌리암스포트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일전을 벌인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챔피언십’에 선착한다.
‘MLB 리틀리그 클래식’을 통해 먼 훗날의 꿈을 설계한 한국 야구 소년들에겐 보다 가까운 곳에 보이는 꿈이 있다. 바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어린이 한일전’ 승리를 밑거름 삼아, ‘우승’이란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