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은 김영애 사천시의회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을 어떻게 이기겠느냐”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고성준 기자
민주당 경남도당 윤리심판원은 7월 26일 김영애 의원에 대해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 김 의원은 “일부 당원들의 음해성 제보로 제명이라는 가혹한 결정이 나왔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중앙당의 징계 결정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지 않아 8월 6일 제명이 확정됐다.
경남도당은 세 차례의 징계사유서를 통해 “김 의원은 지난 수개월 동안 SNS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당원을 모해하거나 허위사실 또는 기타 모욕적 언행으로 당원간의 단합을 해하고 당의 품위를 훼손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일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SNS에 관한 내용들은 사실이다. 내가 잘못한 게 전혀 없진 않다”면서도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혼자 했겠나. 제가 누군가를 비판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지 찾아보고 반대쪽도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순히 SNS에 업로드된 그 글만 보고 징계를 내릴 수가 있나”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황재은 경남도의원과 김행원 사천시의원, 제윤경 국회의원을 함께 언급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갈등 시작은 황재은 의원 거주지 이전부터다. 비례대표인 황재은 의원은 당선 직후 김 의원(사천시 사남면) 지역구이자 거주지에 있는 같은 아파트로 이사왔다. 그때부터 김 의원을 경계하고 비판해 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제가 이후 경남도의원으로 출마할까봐 저를 견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황재은 의원과 김 의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황재은 의원과 가까운 김행원 의원(비례)마저 김 의원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애 의원은 “여성비례 1번으로 당선된 황재은 의원은 저를 향해 ‘젊은 여성성을 이용해 남자들에게 스폰을 받아 정치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 외에도 행사장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면 제가 다 수습하곤 했다”고 밝혔다.
또 징계안에는 ‘공무원들이 국회의원 사무실에 불려가 질책을 받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말하며 본인이 ‘대신 사과’를 한다는 말 등을 한 바 있음’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황재은 의원이 공무원에게 소리지르며 다그치고 책상도 칠 때 제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며 “김행원 의원이 이를 당에 전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털어놨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을 SNS(카카오톡) 등에 여러 차례 올렸다. 그리고 윤리심판원은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김행원 의원은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고, 황재은 의원은 “벌써 2주가 지난 일인데 왜 취재를 하느냐. 기사에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부터가 불쾌하다. (김영애 의원이 주장하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부정했다. 이어 “김영애 의원 주장대로 음해나 일방적인 관계, 불편함을 문제 삼아 제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영애 의원은 당규에 따라 해당행위를 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세 의원 간의 언쟁이나 갈등은 인정하면서도,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지역위원장인 제윤경 의원의 역할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제윤경 의원은 황재은 의원과 굉장히 친한 사이다. 그러다보니 황재은 의원 입장에 더 귀를 기울인 것 같다”며 “제윤경 의원은 이런 사안이 터지면 왜 그런지 설명을 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일방적이었다. ‘왜 그러느냐’라고 묻기보단 막무가내로 ‘김영애 의원, 반성하고 토 달지 마시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제윤경 의원 때문에 탈당하려는 사람도 있다. 갑질이 너무 심하다. ‘누가 더 바빠요? 제가 더 바빠요. 그러니 제가 오라면 토달지 말고 오세요’라며 갑질한다”며 “도당 윤리위원회 한 위원은 저에게 ‘국회의원을 이길 거라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왔냐’라고 묻더라. 제가 중앙당에 제소하지 않은 이유다. 어차피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의미 없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말했다.
제윤경 의원 입장은 정반대다. 제윤경 의원은 “김영애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인 사천시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해 왔다. 시장이 시의 땅을 쪼개고 팔아 수의계약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부정부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오히려 김영애 의원은 한국당 편을 들며 민주당의 입장을 황당하게 만든 적 있다”며 “이 외에도 SNS에서 위험한 언사들을 여러차례 했다”고 밝혔다.
제윤경 의원은 ‘제명이라는 징계 수위가 적절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위는 적절했다. 한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었다. 민주당 당론과 철학에 근거해 한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한국당 입장에 서면 한국당 소속 아니겠는가.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의원에게 갑질을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갑질은 오히려 김영애 의원이 했다. 문제를 일으켜 간사직을 지내다가 관둔 사람을 도당 부위원장직에 추천하더라. 그래서 지적했더니 저를 향해 ‘갑질’이라고 했다”며 “그는 시의원으로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한다. 갑질은 본인이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당위원회와 윤리심판원, 중앙당이 시의원보다 국회의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김 의원 주장에 대해 제윤경 의원은 “물론 지역위원장 의견을 중시하겠지만, 윤리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50명의 당원들이 이미 김영애 의원의 제명에 동의하고 서명까지 한 상태였다”고 징계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경남도당 측은 “김영애 의원뿐 아니라 두 사람(황재은‧김행원 의원)에 대한 면담도 이뤄졌다. 이번 건은 사안이 워낙 복잡해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나름의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윤리위원회는 법조인과 일반인으로 섞여 구성됐는데, 그 중 50%는 당외 인사로 꾸려졌다.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김영애 의원이)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황재은 의원과 제윤경 의원이 친한 건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는 좀 부당하고 편파적인 결론이 나왔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갈등을 유발시킨 것도 지역위원장의 잘못된 리더십이고 잘못된 의정활동이다. 4년 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생긴 갈등”이라며 제윤경 의원을 비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연 대전시의원. 출처 = 일요신문DB·김소연 의원 페이스북
지난 1월, 민주당에선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박범계 국회의원과 김소연 대전시의원 진실공방으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당시 김소연 의원은 불법선거자금에 대한 요구를 받고 박범계 의원에게 전했지만, 박범계 의원이 이를 묵살했다며 폭로에 나섰다. 그러나 박범계 의원은 해당 내용을 부인하며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그러나 민주당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은 금전을 요구한 이들이 아닌 김소연 의원을 제명시켰고, 재심에서도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김소연 의원을 제명했다. 당시 김소연 의원은 중앙당이 박범계 의원의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징계를 내렸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소연 의원은 이후 바른미래당으로 입당했다.
한편 황재은 의원은 23일, 추가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공당의 규정된 절차에 따라 징계조치가 내려진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재심의 절차와 기회를 통해 소명해야 함에도 본인의 징계를 남 탓으로 돌리며 언론이나 지역사회에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영애 의원을 견제했다’는 주장에 대해 “4년 후 미래 경쟁자가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견제하며 공천에 유불리를 판단하는 부분은 공천 시스템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오히려 같은 당의 도·시의원이 협력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당 생활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젊은 여성성을 이용해 스폰을 받는다’는 말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행사장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김영애 의원이 수습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만약 그런 행위가 있었다면 이미 언론을 통해 이슈가 됐을 것”이라며 “김영애 의원은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 ‘모욕적 언행’이라는 이유로 제명됐는데, 아직도 반성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은 의원은 ‘공무원에게 대신 사과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영애 의원은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시 김영애 의원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행정사무 감사 당시 마이크를 끄고 속기를 중지시키더니 공무원을 향해 ‘(의원실에 불려가) 불려간 분이 누구시냐’라고 물었다. 담당 공무원은 ‘불려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음에도 마치 ‘불려가서 질책받은 것’처럼 교묘하게 상황을 왜곡했다. 그러면서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도당의 윤리심판원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첫 회의를 열고 당사자들의 소명을 청취한 뒤 1주일의 속행기간을 두고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결정을 내린다. 친분관계나 정치적으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김영애 의원이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당과 지역사회의 분란을 조장할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