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고동이 7월 21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진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심장의고동은 올해 1월 치러진 데뷔전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3위를 기록하긴 했으나 이 정도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 약간 늦은 출발로 중하위권에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막판에 3위까지 올라왔는데, 우승마 라온스톰과는 6마신이라는 큰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음 경주 관심마로 복기 코너에서 올린 기억이 나는데, 6개월 만에 대상경주를 석권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경주도 결과는 3위였다. 데뷔전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인기 1위를 기록했는데, 선입으로 따라가다 막판에 밋밋한 걸음으로 3위에 머물고 말았다. 필자도 당시에 데뷔전보다 훨씬 못 미치는 걸음을 보여 상당히 난감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힘이 덜 찬 어린 말이었기 때문에 생각 밖으로 얼마간의 기복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경주에서는 뚜렷한 전력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따냈다. 최근 3연속 입상을 기록 중인 러닝복스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선입전개 이후 막판에 강인한 근성을 발휘하며 러닝복스를 1마신 차 뒤로 밀어내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5등급 승급전이었던 네 번째 경주에서도 우승하며 2연승을 달렸다. 1700m로 늘어난 거리에서 의외의 선행 작전을 펼친 끝에 2위권 마필을 3마신 따돌리며 여유 있게 우승했다. 직전보다 400m 늘어난 중거리 경주를 극복했다는 점과 선행이라는 새로운 질주습성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펼쳐진 대망의 코리안더비(1800)에서 그야말로 깜짝 2위를 기록했다. 우승마 원더풀플라이에게 무려 13마신이라는 큰 차이를 보였고, 또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글로벌축제가 우왕좌왕하며 최악의 레이스를 펼친 덕에 2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뚜렷한 전력향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전 경주와 비교해볼 때 최소한 한 단계 이상은 점프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펼쳐진 농림부장관배(2000)에서는 인기 3위를 기록했지만 결과는 6위에 그치고 말았다. 선입작전으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막판에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입상 진입에 실패했다. 경주거리가 처음 뛰어보는 2000m 장거리였던 점, 페이스 안배를 하지 않고 초중반에 너무 힘을 썼던 것이 필자가 분석한 패인이었다.
그리고 출전한 일간스포츠배(1800m). 당시 심장의고동의 인기순위는 6위였다. 직전 농림부장관배의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은 셈인데 심장의고동은 보란 듯이 또 한 번의 전력향상을 이뤄내며 낙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선입으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결승선에서 전혀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1800m로 거리가 줄어든 면도 있었지만 마필 자체가 힘이 찼고 전체적인 경주력이 한 단계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은 레이팅 61로 3군 소속이지만, 당시에는 레이팅 46으로 4군 소속이었다. 4군마가 2군마인 불의고리, 초인마, 팔팔빅토리, 피닉스선 등을 모조리 제압하고 5마신 차의 압승을 거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능력향상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심장의고동은 혈통적으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마가 왕년의 명마 지금이순간인데 부마의 좋은 체격을 타고난 느낌이다. 지금이순간이 중장거리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고, 심장의고동 또한 장거리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라 향후 좀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이 점은 모마를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모마인 하우아유는 미국산 마필로 현역시절 국내에서 8전 동안 1200미터에 2승을 거뒀는데 순발력이 뛰어난 마필이었다. 부마인 지금이순간도 순발력이 뛰어났지만 모마까지 탁월한 스피드를 갖췄던 점을 감안하면 심장의고동은 앞으로 순발력과 가속력 모두 좀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마가 중장거리로 진출해서는 추입으로 주행습성을 바꿔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우아유 또한 단거리에서 주로 활약하긴 했지만 장거리에서 잘 뛸 수 있는 유전인자가 풍부하다.
지금이순간과 하우아유의 배합은 어떨까. 하우아유는 Gone west 계열의 씨암말이다. 지금이순간과 이 계열의 씨암말 사이에 태어난 자마는 심장의고동 외 킹엔아이(수말), 킹섀리가 있는데 킹엔아이는 12전 1승 3위1회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 있고 킹섀리(거세마)는 데뷔전도 못치르고 휴양 중인데 아마도 경주마로 뛰기는 힘들어 보인다.
범위를 부계와 모계로 넓혀도 데이터는 신통치 않다. 모두 16두를 배출했는데 복승률은 16%, 연승률은 23%에 그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이 조합이 근교계수가 0.00%다. 이계교배라는 점에서 건강하게 오래 활동할 가능성이 높고 조금씩 더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진료기록에서도 특별한 질병이 없고 다른 마필에서 보이는 악벽 같은 것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심장의고동은 혈통적 잠재력은 그리 높이 볼 수 없겠지만 타고난 체격과 건강한 마체 등을 토대로 최상위군까지 무난하게 진출할 수 있는 재목으로 판단된다. 대통령배, 그랑프리 대상경주 등 최고 레벨의 대상경주에서 이름을 남기려면 그동안 뛰었던 다른 형제나 윗대의 경주마가 보여주지 못한 경주력을 보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경마는 혈통경주이기는 하지만 간혹 통계를 벗어나는 대형마도 나오기 때문에 미리부터 선을 그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장의고동은 이계교배로 태어난 마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