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실적 상승도 하이트진로홀딩스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매출은 943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 9095억 원에 비해 350억 원가량 늘었다.
또 지난 3월 출시한 맥주 ‘테라’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호재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테라 판매량은 지난 3월 40만 상자, 4월 67만 상자, 5월 94만 상자, 6월 134만 상자, 7월 140만 상자 수준으로 파악되며 8월 판매량은 200만 상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4월에 출시된 진로(이즈백)도 출시 70여 일 만에 1000만 병 판매를 돌파해 맥주와 소주 시장점유율 상승의 의미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빌딩 건물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이처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하이트진로의 주가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하이트진로의 일본 현지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현지 계열사 ‘JINRO INC’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JINRO INC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63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89억 원으로 급감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JINRO INC 외에 JGC라는 일본 현지 계열사를 두면서 음식점업을 영위하기도 했다. JGC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약 5억 원. 그런데 올해 초 JINRO INC가 JGC와 합병하면서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의 일본 계열사는 JINRO INC 하나뿐이다. JGC의 매출이 그렇게 큰 건 아니었지만 합병을 했음에도 매출이 늘어나기는커녕 크게 줄었다는 점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주류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침체되는 국면이어서 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도 나름 일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 4일, 하이트진로는 일본 수출전용 과일 막걸리 2종류(진로막걸리 피치, 진로막걸리 망고)를 출시하고 일본 막걸리 시장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일본의 전체적인 주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사카 대표적인 명소 도톤보리의 톤보리 리버워크에서 참이슬 시음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16.9도로 이원화하고 참이슬 플레이버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며 “그 결과 참이슬 판매가 최근 3년간 3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과일 막걸리 신제품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일본 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의 조짐이 보여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정훈 기자
문제는 최근 일본 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의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이라는 이름의 일본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생산한 가전제품, 농심 신라면, 하이트진로의 막걸리 등이 불매운동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비하면 일본 현지에서 벌어지는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의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18일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한국산 불매운동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이전에도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운동을 해왔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국적보다) 제품을 보고 구입하는 성향이 짙어 그 굴곡을 견뎌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일본 시장에서의 하이트진로의 부진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2016년 일본 내 수익은 1735억 원에 달했지만 2017년 1415억 원, 2018년 1304억 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2016년 490억 원, 2017년 492억 원, 2018년 570억 원으로 늘고 있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에게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다.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해외 매출 687억 원 중 56%에 해당하는 389억 원이 일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매출 9430억 원 중 90%가 넘는 8743억 원이 국내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내수 기업이지만 적지 않은 해외 맥주가 수입되는 현 상황에서 내수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기에 일본 현지 시장이 커진 것”이라며 “최근에는 일본에 국한된 해외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브랜드, 국가 등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하이트진로의 해외 사업 현황 하이트진로의 해외법인으로는 미국 법인 JINRO America, 러시아 법인 HITEJINRO Rus, 베트남 법인 HITEJINRO VIETNAM, 중국 법인 북경진로해특주업유한공사 등이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 비하면 그다지 큰 수익을 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의 경우 올해 상반기 38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1억 3646만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베트남 법인의 자본금은 마이너스(-) 10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러시아 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7억 원, 영업이익 1억 8561만 원으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큰 수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수 시장과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매출을 벌어들인 국가는 미국이다. JINRO America는 올해 상반기 매출 154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을 거뒀다. 중국 법인 북경진로해특주업유한공사도 매출 79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거두며 선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