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한일전’의 승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7대 2 완승을 거뒀다. 사진=LLWS
[일요신문] ‘어린이 한일전’의 승자는 일본이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일본에 2대 7로 졌다. 이제 리틀 대표팀은 퀴라소와 패자부활전 최종라운드를 통해 ‘부활’을 노린다.
8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3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선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챔피언십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의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중요한 승부에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선발투수로 ‘파이어볼러’ 양수호를 낙점했다. 일본은 좌완투수 타이시 가와구치를 선발로 냈다. 가와구치는 지난 두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없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전을 대비해 ‘히든카드’를 꺼낸 것이었다.
일본의 ‘히든카드’는 경기 시작부터 한국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한국엔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뽐내는 나진원이 있었다. 나진원은 처음 보는 가와구치의 투구에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4구째. 나진원은 가와구치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공은 우중간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선두 타자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나진원. 사진=이동섭 기자
이번 대회 일본의 무실점 행진을 깨뜨리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나진원의 이번 대회 2호 홈런이었다. 한국은 나진원의 홈런으로 1대 0 소중한 리드를 잡은 채 1회 초를 마쳤다. 한국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1회 말 일본의 반격이 거셌다. 동시에 한국의 수비가 흔들렸다. 일본 선두 타자 조 니시자와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시원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등장한 료헤이 유시쿠보는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양수호는 번트 타구를 잡아 2루 승부를 시도했다. 하지만 니시자와의 발이 빨랐다. 양수호는 순식간에 무사 1, 2루 위기를 맞게 됐다.
양수호는 위기에서 적시타를 허용했다. 일본 3번 타자 다이키 코바리가 우중간을 절반으로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낸 것. 일본 1, 2루 주자는 모두 홈베이스를 밟는 데 성공했다. 1대 2 일본의 역전타였다. 코바리는 한국 수비 중계플레이 미스로 3루에 안착했다.
하지만 추가실점은 없었다. ‘고질라’ 유토 카케바가 강한 3루 땅볼을 만들어낸 상황. 한국의 ‘핫코너 소년’ 이시영이 번개처럼 공을 잡아 빠르게 홈으로 던졌다. 한국 포수 현빈은 여유있게 일본 3루 주자 코바리를 태그 아웃으로 잡아냈다. 수비진 도움으로 양수호는 안정을 되찾았다. 양수호는 차곡차곡 아웃카운트를 쌓으며 1회를 추가실점 없이 마쳤다.
2회 초 한국은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엔 한국의 최종병기, ‘슈퍼초딩’ 정기범이 있었다. 정기범은 180cm 큰 체격에서 나오는 힘을 과시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등장한 정기범은 가와구치의 투구를 높게 퍼올렸다. 정기범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겼다. 스코어는 2대 2가 됐다.
2회 말엔 한국 1루수 손원규의 수비가 돋보였다. 손원규는 일본 7번 타자 가와구치의 1루 땅볼을 멋지게 잡아 첫 번째 아웃을 잡는 데 기여했다. 어려운 바운드 타구를 능숙하게 집어내는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 역시 손원규의 수비가 만들어냈다. 손원규는 입이 ‘쩍’ 벌어지는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일본 8번 타자 오와다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손원규가 펄쩍 뛰어 건져낸 것. 현장의 관중들은 손원규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손원규의 도움으로 2아웃을 쉽사리 적립한 양수호는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3회 초 2아웃 상황 일본은 투구수 50개를 넘긴 선발투수 가와구치를 교체했다. 마운드엔 ‘클로저’ 유토 미사키가 올라왔다. 일본의 두 투수는 3회 무실점을 합작했다.
‘어린이 한일전’ 결승타의 주인공. ‘고질라’ 유토 카케바. 사진=LLWS
3회 말 일본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한국 투수 양수호가 일본 선두 타자 니시가와의 내야안타와 후속 타자 류 시나에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 상황이 됐다. 박민욱의 호수비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양수호는 일본의 ‘고질라’ 유토 카케바에 큰 타구를 맞았다. 카케바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때렸다. 일본 주자 두 명이 홈으로 들어왔다. 2대 4 일본이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4회 초 한국은 손원규의 볼넷과 대타 임성주의 안타로 원아웃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정기범의 타구가 투수 앞으로 향하면서 더블플레이로 연결됐다. 한국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일본은 4회 말 1점을 추가했다. 일본은 2아웃 1, 3루 상황 한국 두 번째 투수 정기범의 폭투를 틈타 점수를 냈다.
5회 초엔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한국 선두 타자 임현진의 타석, 현지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심판진은 오전 6시쯤 뇌우 예보에 대비해 경기를 중단했다. 오전 5시 44분 중단된 경기는 6시 17분 화창한 하늘아래 다시 재개됐다. 그러나 날씨 변수는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이 추가점을 냈다. 일본은 5회 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가와구치의 2타점 우전안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스코어는 7대 2가 됐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일본은 ‘히든카드’ 가와구치를 깜짝 선발 등판시킨 데 이어 마무리투수 미사키를 3회 초 조기 투입하는 등 변칙적인 전략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 야구소년들은 일본 두 번째 투수 미사키의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다 일본 타선의 중심 ‘고질라’ 카케바는 명불허전이었다. 카케바는 승부를 결정짓는 2타점 적시타로 경기 수훈 선수가 됐다. 한편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투수들이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를 힘들게 풀어갔다.
8월 18일(한국시간) 한국에게 패한 뒤 캐나다-베네수엘라를 격파하고 살아남은 퀴라소. 이제 퀴라소는 한국을 향한 설욕을 벼른다. 사진=LLWS
‘어린이 한일전’ 패배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로 이동한다.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최종전에 자동 진출하는 한국은 2라운드 상대였던 퀴라소와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경기는 8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펼쳐질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대회 준결승에 해당하는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챔피언십’에서 일본과 승부를 펼치게 된다. 퀴라소는 캐나다, 베네주엘라를 꺾고 패자부활 최종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퀴라소를 다시 꺾는다면, 일본을 상대로 설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퀴라소 역시 한국을 만나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 패배를 설욕하길 벼르고 있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