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AI 스타트업인 시나몬은 사원 160명 중 120명을 베트남 인재로 채웠다. 사진=시나몬 홈페이지
시나몬은 2016년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화이트칼라의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해 회의록을 작성한다든지, 계약서 및 서류를 AI가 읽고 데이터화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기업가치는 2018년 10월 기준 70억 엔(약 791억 원)대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시나몬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특한 인재 전략’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최고경영자(CEO) 히라노 미쿠는 “재빨리 베트남의 유명대학에서 수학적 소양이 높은 ‘인재’를 발굴하고 AI 엔지니어로 육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다. 다시 말해 “통계학 및 수학을 활용하는 AI 전문가가 될 만한 인재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이와 관련, 히라노 CEO는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뉴럴네트워크’를 제로부터 구축할 수 있는 AI 엔지니어가 일본에 400~500명 정도밖에 없다”면서 “AI 인력 부족이 일본의 AI 성장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베트남이었다.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평균연령 20대, 컴퓨터과학이 인기인 베트남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참고로 도쿄대는 이공계 학생 중에서 소수가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지만, 베트남의 명문 하노이공과대학은 약 30%에 이른다. 컴퓨터 인재풀만큼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일본의 유명대학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시나몬의 히라노 미쿠 CEO는 “근면 성실한 베트남의 국민성이 일본인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IT산업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저조한 편이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AI 연구자는 개업의사보다 급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몬의 급여는 동종업계 대비 10%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베트남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타국 회사 시나몬으로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닛케이비즈니스’는 “시나몬이 몇 년 전 베트남에서 인재 채용·육성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시나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회사를 베트남에 설립했으나 당시 위탁 계약을 맺은 사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고생했던 것. 그때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 위탁이 아닌, 자사 직원으로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먼저 시나몬은 회사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펼쳤다. 베트남 국영방송 경제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 하면, 경제지 인터뷰에도 적극 임했다. 회사 지명도가 직원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AI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AI 분야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들을 불러 모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시나몬은 신규졸업자 채용뿐 아니라, 이직 사이트에서도 ‘IT기업 인기순위 톱10’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베트남에서 순조롭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히라노 CEO는 “근면 성실한 베트남의 국민성이 일본인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AI 인재 영입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친일 성향이 있는 대만이나 이집트와 같은 비영어권에서도 AI 엔지니어를 채용할 계획”이라며 “2019년에는 100명, 2022년까지 500명 체제를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재정 프로그램 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 ‘머니포워드’도 지난해 11월부터 베트남인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올 1월에는 첫 해외사무소를 호찌민에 설치해 큰 관심을 받았다. 머니포워드의 쓰지 요스케 사장은 “현재 베트남 엔지니어는 20명이지만, 5년 내 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지 사장은 “개발비용 절감 효과도 있는 데다 베트남 인재들의 뛰어난 기술력이 아주 매력적이다”고 평가했다.
2018년 일본 외무성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계 정보통신 기업 수는 80개다. 미국, 중국, 인도, 독일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숫자다. 일본 후지TV계열 ‘FNN 프라임’은 “IT산업이 선행 발전한 싱가포르와 인도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것도 베트남으로 향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대기업 IT관리자 급여가 780만~1400만 엔이지만, 베트남은 330만~550만 엔으로 훨씬 밑돈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FNN 프라임’은 “이전부터 베트남 인재들이 일본의 노동환경에 잘 융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심각한 IT인재 부족의 해결책으로 베트남에 주목하는 일본 신생 스타트업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AI 삼국지’ 일본, 미중 사이 틈새시장 겨냥 세계적인 AI 강국은 미국과 중국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미국은 G(구글), A(애플), F(페이스북), A(아마존닷컴), M(마이크로소프트)이 대표기업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B(바이두), A(알리바바), T(텐센트), I(아이플라이테크), S(센스타임)가 맹활약 중이다. 양국은 압도적인 기술 개발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 그 중에는 시가 총액이 8000억 달러(약 960조 원)에 달하는 회사도 여럿 존재한다. 대부분 높은 매출을 위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AI 스타트업은 전략이 다르다. 제조, 물류, 유통 등 특정 업종을 위한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닛케이비즈니스’는 “기업 하나하나의 매출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특정 고객의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AI 대기업이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에서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은 GAFAM, BATIS 규모의 AI 기업은 없지만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AI 스타트업들이 명확한 시장 겨냥으로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