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서울 택시회사 인수에 속도를 내면서 이에 대한 업계 시선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면허 80여 개를 보유한 서울 택시회사 중일산업과 인수 계약을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택시면허 90여 개를 가진 진화택시와 인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달에는 모빌리티 사업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 ‘티제이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연내 대형 택시 서비스 ‘라이언 택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회사 인수에 대해 일각에선 모빌리티-택시업계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생존권 위협을 느끼던 택시기사들이 플랫폼 사업자 아래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고, 택시업계 반발로 사업 추진이 힘들었던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회사 면허권을 확보하면 다양한 사업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것.
특히 택시업계는 자본력 있는 IT기업이 택시회사를 인수해 브랜드화에 나설 경우 고객 확보와 만족도 제고,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택시회사를 인수해 브랜드 경쟁에 나서면 탄탄한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IT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체계적인 기사 관리·감독이 가능해져 불친절 문제도 사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택시회사를 연이어 인수하는 행보를 두고, 모빌리티 사업이 혁신과 공유경제를 떠나 대기업 간 자본력 싸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준필 기자
반면 모빌리티 사업이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가면 혁신을 떠나 대기업 간 자본력 싸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택시회사 인수를 통한 가맹사업은 카카오나 우버 등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유리한 터라 재정적으로 열악한 스타트업들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회원 3만 8000여 명으로 구성된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 김길래 대표는 “택시를 사들일 돈이 없으면 모빌리티 사업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택시와 대기업만 진출 가능하게 만드는 현 제도에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적고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에 따른 요금 인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들이 가맹사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최근 국회가 출·퇴근 시간대만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카풀 업체들이 줄지어 폐업했다. 국토교통부가 모빌리티-택시업계 간 상생을 위해 발표한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방안’ 역시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바가 없고 업계간 이견에 따라 세부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즉 택시업계와 결합 없이 렌터카·자가용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던 스타트업들은 추후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사업 방식이 허용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규제에 발목 잡혀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멈춘 틈을 타 카카오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대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면 스타트업계는 다양한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기회도 없이 설자리를 잃고,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순수한 의미의 공유경제와 멀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를 인수하면서 차량 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이용 서비스 등은 출시할 수 있겠지만, 이는 공유경제와는 별개“라며 ”공유경제의 혁신은 유휴 자원을 활용해 소유 위주 소비 형태를 공유로 전환해 여러 사회적 효과와 이윤을 창출해내는 것인데 카풀 등을 제한하는 현행법 내에선 공유경제에 따른 모빌리티 혁신과 사회적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타다, 택시업계 반발에도 급성장 이유? 비싸도 ‘고퀄’ 통했다!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VCNC(쏘카 자회사)의 타다 서비스가 최근 더 활성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수요층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데, 택시업계 반발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어서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기구 출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업체인 타다는 지난해 10월 ‘타다베이직’을 시작으로 공항 픽업 서비스 ‘타다에어’, 장애인과 노인 대상의 ‘타다어시스트’ 등 꾸준히 서비스를 늘려 현재 1000여 대의 차량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엔 택시회사 덕왕운수와 협업해 소속 택시기사와 택시를 활용한 ‘타다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30여 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타다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타다의 급성장은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 호출을 받았을 때 기사가 판단하지 않고, 최적 경로에 있는 차를 바로 배정하는 시스템으로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면서 큰 지지를 받았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한국 시민들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도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높은 타다를 찾는 이유는 비싸더라도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타다의 등장은 프리미엄 고객층을 확보하고 고급 서비스의 수요와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문제는 택시업계와 첨예한 갈등이다. 최근 서울개인택시조합이 프리미엄에 합류한 개인택시기사들을 조합에서 제명하겠다고 하자 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서울개인택시조합을 신고하는 등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도 모빌리티 업계에 진출할 수 있고, 기존 제도권 택시업계 규제도 완화해 택시회사가 다양한 사업을 추진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이 그나마 타협 가능한 상생방안”이라며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려면 택시-모빌리티업계가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 이조차 힘들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카카오모빌리티, VCNC 등 20여 개 모빌리티 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논의할 실무기구 출범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오는 29일 첫 실무회의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출범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하루 빨리 실무기구가 꾸려져야 제도적 불확실성이 사라져 스타트업계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타다가 참여하면 택시업계는 빠지겠다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실무기구를 꾸리고 회의까지 열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