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안재현-구혜선 커플. 사진=tvN 캡처
#구혜선은 왜 선수 칠 수밖에 없었나
안구 커플의 파경 소식이 대중들에게 다른 어떤 연예계 소식보다 파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첫 시작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구혜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이혼과 관련한 소식을 알렸다. “권태기로 변심한 남편은 이혼을 원하고, 저는 가정을 지키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 남편 측으로부터 보도 기사를 낸다고 하여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진실 되기를 바라며)”라는 게 구혜선의 주장이었다.
당초 안재현 측은 8월 셋째 주에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30일 이혼과 관련한 논의를 마치고 이혼조정신청과 공식 입장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었다는 게 안재현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돌연 구혜선이 선수를 치고 나섰다는 것이다.
구혜선은 이에 대해 “이혼 관련 이야기만 오갔을 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안재현 측이 보도자료를 내고 이혼을 기정사실화하려 했기 때문에 SNS로 먼저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배우 구혜선. 사진=고성준 기자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대변해줬던 안재현과 달리 구혜선은 현재 홀로 안재현과 언론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구혜선은 지난 6월 안재현의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런 가운데 부부 간 갈등의 중심에 HB엔터테인먼트 문보미 대표가 있다는 구혜선의 폭로가 나왔다. 안재현이 구혜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문 대표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나누면서, 위태롭던 부부 관계에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다.
계약 체결 후 단 2개월 만에 좋지 않은 결말을 맺게 된 구혜선으로서는 모든 대응을 혼자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배경이 연예계에 유례없는 ‘SNS 이혼일기’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구혜선이 폭로한 문 대표와 안재현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 HB엔터테인먼트는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법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돈’ 문제 vs ‘여자’ 문제…파탄 책임은 누구에게?
안재현과 구혜선은 인스타그램으로 핑퐁을 이어갔다. 구혜선의 폭로 이후 안재현 역시 지난 21일 인스타그램에 “지속적인 대화 끝에 지난 7월 30일 이혼을 합의했고, 구혜선 님이 계산하여 정한 이혼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합의금에는 구혜선의 가사일에 대한 일당, 결혼 당시 구혜선이 기부했던 기부금 등이 포함됐다. 2016년 안재현과 구혜선은 예식 대신 구혜선의 이름으로 소아병동에 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겸 모델 안재현. 사진=안재현 인스타그램
안재현은 이런 합의금을 지불한 이유에 대해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 구혜선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구혜선의 독선적인 행동으로 부부 사이의 신뢰 관계가 파탄됐고,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는 게 그의 이혼 요구 이유였다. 그러나 구혜선이 합의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함께 살던 집의 소유권을 요구했기에 안재현으로서는 소속사에 이혼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재현이 둘 사이 가장 큰 문제로 돈 문제를 부각시킨 것과 달리, 구혜선은 안재현의 여자 문제를 지적했다. 술을 좋아하는 안재현이 술에 취해 여성들과 통화를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 게 구혜선의 주장이다. 더욱이 결혼 생활에 권태기를 느끼게 된 이유로 “(구혜선이) 섹시하지 않은 젖꼭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성적 폭언까지 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안재현에 향했던 동정 여론이 완전히 뒤집히기에 이른다.
합의금에 대해서도 구혜선은 “안재현이 사는 집의 모든 인테리어 비용과 가사노동 모두 100% 자신의 비용”이라며 이혼 합의금이 아니라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라고 주장했다. 집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 역시 안재현이었으며 “이혼해주면 용인 집을 주겠다”고 자신을 회유했다고 덧붙였다. ‘용인 집’은 안구 커플의 신혼집으로, 안재현 소유다.
#파탄된 부부 관계 ‘협의 이혼’ 가능성은
안재현과 구혜선 간 불화는 업계 관계자들이 먼저 눈치 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안재현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구혜선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내부에서 불화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라 제작진들도 방송 내내 구혜선 이야기를 꺼내지 않도록 주의하던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tvN ‘신혼일기’에 출연한 안구커플. 사진=tvN 제공
문제는 순탄치 않은 이혼 과정에 있다. 협의 이혼으로 진행하려던 안재현의 계획이 구혜선의 ‘선제공격’으로 틀어지면서, 소송에 대비한 귀책사유 떠넘기기 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재현은 협의 이혼의 근거로 ‘이혼합의서’를 주장하고 있긴 하나 구혜선은 “(합의서에) 서명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되면 이 합의서를 양측간 이혼 의사 일치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 한 변호사는 “쟁점은 결국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는가의 문제인데 ‘혼인 관계의 결정적인 파탄 원인’을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구혜선이 주장하는 대로 안재현의 변심을 시발점으로 둘지, 이후 구혜선의 거침없는 폭로를 시발점으로 둘지에 따라 유책배우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안재현이 파탄의 최초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에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은 소송에서 면밀히 따져 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소송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공개된 SNS에 안재현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판단될 수 있는 글을 올리고, 그의 경제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구혜선의 행동을 두고 ‘부부관계 파탄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안재현 측 변호사가) 주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혜선의 폭로 이후 안재현을 홍보모델로 기용했던 화장품 브랜드 멀블리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등이 안재현과의 광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출연이 예정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도 성난 대중들의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향후 또 다른 계약 해지도 예견되고 있다.
한편 구혜선과 안재현은 지난 2015년 드라마 ‘블러드’를 통해 연을 맺었다.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들은 이듬해인 2016년 5월 21일 결혼해 tvN 예능 ‘신혼일기’에 출연하는 등 ‘구님’과 ‘사랑꾼’으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결국 결혼 3년여 만에 파경에 이르게 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