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구단은 23일 투수 류제국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이보다 더 초라한 퇴장도 없다. 시즌 중 예고 없는 은퇴 발표에 소문만 증폭될 뿐이다.
LG 트윈스 류제국(36)이 23일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LG는 23일 “류제국이 어제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류제국은 지난해 허리 수술 이후 1년간의 재활을 거쳐 올 시즌 복귀해 재기를 노렸으나 최근 몸 상태가 더 나빠져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류제국은 2018년 허리 수술을 받고 통째로 시즌을 쉬었다. 올 5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승 없이 2패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4.22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그가 지난 21일 KIA전 선발 등판 후 이틀 만에 갑자기 은퇴를 발표한 것이다. 물론 KIA전에서 류제국은 2.2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하며 강판당한 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22일 어깨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가 다음날 바로 은퇴를 공식화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야구 팬들은 류제국이 시즌 중 은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폭로된 그의 비윤리적인 사생활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최근 야구 커뮤니티 등에는 류제국의 사생활 관련된 수위 높은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3일 전화 연결이 된 류제국의 한 측근은 류제국 은퇴의 속사정을 묻는 질문에 한참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도 류제국이 은퇴를 결심한 사실을 어제 알게 됐다고 말한다. 워낙 선수의 생각이 확고한 터라 설득을 통해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는 소문들이 은퇴 결정에 90%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어깨 통증이 회복되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경성 불면증을 호소했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외적인 일들로 힘들어 했고, 결국에는 야구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만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구단과 상의 후 최종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도 갑작스런 류제국의 은퇴 결심을 전해 듣고 상당히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차명석 단장은 기자에게 “만류하고 싶었지만 만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덕수고 시절 당시 광주진흥고 김진우와 막강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류제국은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면서 미국으로, 김진우는 KIA에 입단하면서 한국에 남았다. 프로 생활은 고교 시절의 화려한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김진우는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다 호주, 멕시코리그를 거쳐 은퇴를 발표했고, 류제국은 2013년 LG로 복귀 후 통산 136경기 출전 46승37패 평균자책점 4.66의 기록을 남기고 23일 은퇴를 공식화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