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검사의 교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검사들과의 대화를 할 때였다. 검사 한 명이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검찰에 전화를 걸어 청탁을 했던 얘기를 약점같이 꺼냈다. “이제 막 가자는 거죠?”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분노했다. 당시 ‘검사스럽다’는 말이 떠돌았다. 건방지다는 의미였다.
망치를 들면 튀어나온 못만 보인다. 검사가 되면 죄인만 보일 수 있다. 변호사로서 광우병을 방송한 프로그램에 대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대리한 적이 있다. 검사실에 간 내게 담당 검사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념이나 사상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나는 정치적 의도로 고소대리인이 된 건 아니었다. 개인법률사무소를 하는 평범한 변호사였다. 방송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는 요구였다. 과잉반응을 보이는 검사에 대해 한마디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검사님이 지켜야 하는 헌법의 정신이 뭡니까? 자유민주주의 아닙니까? 그걸 지키는 게 검사가 아닙니까? 이념과 무관하다니요?”
순간 그가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는 게 자유민주주의다. 그리고 엄정하지만 따뜻한 법치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떠받쳐야 한다. 검사의 머릿속에 건전한 사상 대신 오만과 출세욕이 들어차 있으면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다. 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아무 의미가 없다. 얼마 전 유시민 씨가 유튜브에서 절규하며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존심 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퇴임 후에도 꼭 그렇게 망신주고 무릎을 꿇리고 싶었습니까? 노무현은 그게 싫어서 절벽 위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저질의 이명박과 검사가 원망스럽습니다.”
한이 서린 울분에 찬 목소리였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은 적폐청산의 명분으로 전 정권의 많은 사람들을 무릎을 꿇렸다. 이미 여러 명이 목숨을 끊었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 검찰이 들어있다. 대통령을 탓하기 전에 검찰 그 자체의 책임이 크다는 걸 법정에서 보곤 했다. 바로 검사들의 오만과 무지였다. 평생 검사를 하면서 백발이 된 퇴직검사가 후회하는 말을 들었다.
젊어서 넓은 독방에 앉아 머리를 굽히고 들어오는 사람들만 보니까 오만이라는 병에 걸렸었다는 얘기였다. 작은 책상들을 붙여놓고 어깨를 부딪치며 일해야 소통도 되면서 겸손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균형한 직급도 교만의 원인이라고 했다. 초임검사가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무관보다 더 위였다. 차관급 검사장이 수십 명 있는 법무부는 타 부처와 형평이 맞지 않았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데다 직급도 위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법무장관청문회로 나라가 시끄럽다. 검찰조직에 겸손과 건전한 생각을 심어주는 게 진짜 개혁이 아닐까.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