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은 SPA(기획, 제조, 유통 등의 전 과정을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곳이다. 1968년 니트 의류 전문 수출업체로 출발한 신성통상은 1990년대 들어 ‘올젠’ ‘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2004년에는 ‘폴햄’ 브랜드를 선보이며 패션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2012년에는 신성통상의 대표 브랜드 탑텐을 론칭했다.
최근 경쟁 브랜드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신성통상의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1100원에 불과했던 신성통상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한때는 2500원을 돌파했다. 다만 최근에는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8월 26일 기준 신성통상의 주가는 2165원이었다.
지난 8월 14일 탑텐 명동점에서 판매된 8·15 캠페인 티셔츠. 사진=연합뉴스
현재 신성통상을 이끄는 사람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다. 염 회장은 이전부터 애국심을 강조하고, 일본 SPA 브랜드와 경쟁의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평소 3·1절이나 광복절 등을 앞두고 할인행사를 하는가 하면 2017년에는 영화 ‘군함도’ 개봉에 맞춰 관련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염 회장이 처음부터 신성통상을 이끈 건 아니었다. 과거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신성통상은 1972년 600만 달러(약 73억 원)의 수출실적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우그룹이 1973년 신성통상을 13억 원에 인수해 신성통상은 대기업 계열사가 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후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신성통상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한편 1983년 당시 일반 회사원이던 염 회장은 회사를 나와 가방제조 회사 가나안상사(현 가나안)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가나안은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염 회장은 나름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염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2년 신성통상을 인수해 패션 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재 신성통상은 염 회장이 설립한 가나안과 옛 신성통상 자회사였던 에이션패션, 그리고 신성통상 3개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신성통상의 주주는 가나안(28.62% 소유), 염태순 회장(21.60%), 에이션패션(15.30%)으로 구성돼 있다. 에이션패션의 주주구성은 염태순 회장(41.2%), 가나안(36.0%), 신성통상(22.7%)이다. 또 에이션패션은 가나안 지분 7.57%도 갖고 있다. 3개 회사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신성통상은 미국, 베트남, 미얀마, 니카라과 등에 현지법인을 두면서 해외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신성통상 지배구조.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눈에 띄는 부분은 가나안의 주주구성이다. 현재 가나안의 최대주주는 염 회장의 아들 염상원 씨로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원 씨는 2000년대 후반 염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지분 상당수를 양도 받았다. 가나안이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만큼 2세 지분승계는 어느 정도 완료된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신성통상 임원진에 상원 씨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회장 일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염 회장의 동생인 염권준 신성통상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에 나서고 있고, 염 회장의 사위인 박희찬 신성통상 상무보도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는 등 염 회장 주요 친족들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구조로 미루어 보아 염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은 상원 씨가 유력해 보인다.
최근 탑텐은 겨울용 발열내의 ‘온에어’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5배 많은 500만 장으로 늘렸다. 또 새로운 모델로 유니클로 전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 씨를 기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니클로가 주춤하는 사이 신성통상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패션업계는 최근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의 추락은 신성통상에게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내수시장은 소비심리 회복속도 지연, 신규 브랜드의 과다 진입으로 인한 가격할인 경쟁 등으로 인해 수익성 저하와 매출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유니클로의 끝없는 추락 어디까지? 신성통상과 달리 유니클로는 최근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카드 등 8개 카드사의 국내 주요 일본 브랜드 가맹점 신용카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102억 3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49억 8000만 원으로 줄었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 6월 마지막 주 매출액 59억 4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 7000만 원으로 70.1%나 급감했다.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만화가 쿠보 타이토의 작품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쿠보 타이토는 2012년 자신의 SNS에서 ‘한국인은 다케시마(독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린 인물이다. 이밖에도 일본 자위대를 찬양하는 등 소위 혐한 일본인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는 지난 8월 22일 해당 티셔츠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유니클로는 최근 몇 달간 종로3가점, 구로점 등이 문을 닫는 등 영업점마저 줄어들고 있다. 유니클로 측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영업점 축소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지만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한 유니클로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