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1순위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게 된 덕수고 좌완 에이스 정구범.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2020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 전체 1순위는 덕수고 좌완투수 정구범의 몫이었다.
8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선 ‘2020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가 열렸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각 팀의 미래를 책임질 루키를 선발하는 자리였다. 관심은 자연스레 ‘1순위 지명자’에 쏠렸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정해졌다. 바로 덕수고 좌완투수 정구범이었다.
이번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는 망설이지 않고 ‘고교 최대어 투수’를 호명했다. 정구범은 185cm/ 80kg 건장한 체격을 갖춘 왼손 투수다. ‘변화구 컨트롤 능력’은 정구범의 가장 큰 무기로 평가받는다.
정구범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투수다. 쓰리쿼터 투구폼에서 발사되는 정구범의 변화구 각도는 상당히 예리하다. 정구범이 2학년부터 덕수고 에이스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이유다. 야구계 일각에선 “정구범이 몸을 키워 구속을 증가한다면, 충분히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0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정구범은 1순위 자리를 예약해 놨다. KBO리그 복수 스카우트들은 “이변이 없는 한 정구범이 전체 1순위로 지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정구범. 사진=연합뉴스
7월 열린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수도권 모 구단 스카우트는 “정구범은 지금 당장 KBO리그에서 선발로 활약할 만한 능력을 갖췄다”면서 “1차지명 조건을 만족했더라면, 서울 3개 구단 중 한 팀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범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5년 미국 콜로라도로 유학을 떠나 선수생활을 이어간 경험이 있다. 이에 KBO는 ‘2020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를 앞두고 “정구범이 연고지역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아 1차지명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정구범은 2차 신인지명회의 최대어로 분류됐고, 8월 26일 마침내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게 됐다.
2차 신인지명회의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정구범은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가 되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체 1순위를 기대하고 왔다”면서 “내 이름이 첫 번째로 불릴 때 기분이 좋았다. NC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믿음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범은 자신의 롤모델로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을 꼽았다. 그는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강한 멘탈을 자랑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참 멋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구범은 “NC 양의지 선배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상상을 해봤다. 정말 편안하고 좋을 것 같다. 기대된다”면서 “프로에 가면 KIA 타이거즈 박찬호와 맞대결을 펼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 전체 1순위 지명자들은 1군 무대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18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강백호(KT 위즈)는 데뷔 첫해 29홈런을 작렬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19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대은(KT 위즈)은 데뷔 첫해 KT 투수진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과연 ‘2020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정구범이 강백호-이대은으로 이어지는 ‘1순위 성공 신화’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NC 다이노스의 이번 드래프트 성과는 정구범뿐 아니다. NC는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여럿 쓸어 담았다. 사진=연합뉴스
정구범을 품에 안은 NC는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는 2018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시련을 맞이했다. 이후 NC는 FA 시장에서 양의지를 영입하는 등 ‘강팀 재건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2차 신인지명회의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NC는 정구범을 지명한 뒤에도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를 여럿 쓸어 모으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광주·전남권 1차 지명 후보자로 꼽히던 내야수 박시원(광주일고), ‘한국의 오타니’라 불리던 안인산(야탑고) 역시 공룡군단의 품에 안겼다.
여기다 NC는 4라운드부터 6라운드에서 임형원(인천고), 강태경(배명고), 한건희(대전고) 수준급 잠재력을 보유한 투수들을 차례로 지명했다. NC가 함박웃음을 짓기에 모자람이 없는 결과다.
NC는 2011년 창단 이후 나성범(2012), 박민우(2012), 이민호(2012), 노진혁(2012), 권희동(2013), 장현식(2013) 등 신인들을 선발해 팀 주축으로 키워냈다. 이들은 NC ‘신생팀 돌풍’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0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NC는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만한 동력을 마련했다. 정구범을 비롯한 ‘새로운 세대’가 대거 공룡 군단에 합류한 까닭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특급 유망주 수집에 성공한 NC가 ‘장밋빛 미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C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의 필요충분조건은 정구범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성장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