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5G 융합시대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5G 초연결성을 활용하면 수십억 개의 의료모니터링 기기, 임상용 웨어러블기기, 원격센서 등을 하나로 연결, 의사들이 원격으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는 의료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SK그룹 미래 먹을거리로 강조해왔다. 최준필 기자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SK의 움직임이 최근 분주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이 헬스케어 사업을 별도법인으로 분리, SK텔레콤과 SCL헬스케어, 사모펀드 3대 주주로 구성해 설립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알려진다. 별도법인에 외부 헬스케어 전문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은 이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사모펀드는 투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은 주요 임직원과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지목받는 SCL헬스케어는 우리나라 첫 검체 검사전문기관으로 출범한 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SLC)가 글로벌 의료기업을 표방하면서 SCL헬스케어그룹으로 확장한 곳이다. SCL은 임상병리 수탁사업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SCL헬스케어는 의료진단‧바이오물류‧헬스케어‧임상시험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SCL헬스케어그룹에는 하나로의료재단을 비롯해 중국의 한국형 종합건강검진센터인 한눠건강검진센터, 모바이오, 바이오푸드랩 등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사업이 SK텔레콤 내에 있으면 외연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다른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데도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별도법인 설립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SK텔레콤도 탈통신 전략의 일환으로 2011년 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 ‘헬스커넥트’를 설립했다. 주력 사업모델은 의료와 ICT기술 융합을 통한 스마트병원 솔루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정부의 해외 디지털병원 수출지원 등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SK텔레콤 본사. 박정훈 기자
앞의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국내에서도 원격진료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열렸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헬스케어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과거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만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우선은 해외 진출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SK그룹은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이스라엘 헬스케어 기업인 나노엑스에 200억~250억 원을 지분투자해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2013년에는 중국 의료기기 전문업체 티엔롱사 지분 49%를 인수하고, 중국 의료법인 비스타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듬해 중국 선전에 ‘SK텔레콤 헬스케어 연구개발(R&D)센터’, ‘SK선전메디컬센터’를 열었고, 중국 장쑤성 우시에 ICT 기반 헬스케어 센터를 설립하는 등 입지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2011년 서울대병원과 설립한 헬스커넥트 외에 SK텔레콤 내부에 별도로 있는 헬스케어 비즈니스 관련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별도법인 설립 등 구체적 방안은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SCL헬스케어 관계자는 “양사 간에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SK그룹 바이오 사업과 연계 가능성은? SK그룹은 지주사 SK(주)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등을 비롯해 바이오‧제약 사업에도 애쓰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2011년 별도법인 분사 이후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의 품목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판매 허가 신청서를 미 FDA에 제출, 올해 말 판매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SK바이오팜은 올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SK(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SK바이오텍은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노바티스·BMS·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 리터급 원료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이어 SK가 지난해 7월 인수한 미국 제약·바이오기업 앰팩(AMPAC Fine Chemicals)도 원료의약품 신 생산시설 가동식을 열었다. 앰팩은 미국 내 4곳의 생산동에서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질환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한다. SK바비오텍에 앰팩까지 더해지면서 SK는 글로벌 선진 사업자 수준인 100만 리터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가 근무해 관심을 모았다. 최윤정 씨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와 국내 제약사 인턴을 거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첫 발을 들였고 최근까지 전략기획실 신약 개발 분야에 근무했다. 최 씨는 SK바이오팜을 휴직하고 미국으로 2년간 유학길에 오른다. 오는 9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과정 공부를 시작한다. 생명공학과 정보학을 합성어인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컴퓨터를 이용해 유전자 정보 등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2년 유학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면 최 씨가 SK그룹의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텔레콤 헬스케어 사업 별도법인 설립과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의 사업 교류 가능성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은 말할 것이 있을 정도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