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잇단 악재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치약과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가 지분 40%를 보유한 애경그룹 주력사다. 애경산업은 지금까지 내부거래 등으로 애경그룹을 견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상표권 수수료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AK홀딩스에 지불한 상표권 사용 수수료는 11억 6400만 원. 애경유화(13억 6500만 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애경산업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친인척 3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컨로지스틱스다. 육상 운송지원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1억 9000만 원이 모두 애경산업과 거래에서 발생했다.
포장용 플라스틱 제조업을 영위하는 에이텍은 장 회장(0.11%)과 그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28.66%),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17.91%),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3.32%)이 지분 49.8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50%는 윤광호 에이텍 사장이 보유하고 있어 동일인 측 지분 합계가 100%인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31억 8900만 원 가운데 315억 6100만 원을 애경산업과 거래에서 채웠다. 매출의 절반을 애경산업이 책임진 셈이다.
이처럼 계열사들을 도와주던 애경산업이 최근 잇단 악재에 부딪치고 있다. 지난 23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애경산업 전 임원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말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지난 7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34명을 기소한 바 있다.
생활용품 부문과 함께 애경산업 매출의 또 다른 축인 화장품사업도 뜻밖의 악재로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애경산업 화장품사업부문 매출 90%가량을 차지하던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의 홈쇼핑 모델 배우 견미리 씨가 남편의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며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 견미리 씨의 남편 이 아무개 씨는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견미리 씨가 에이지투웨니스의 홈쇼핑 광고에서 하차하면서 에이지투웨니스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애경산업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1억 원으로 전년 동기(214억 원) 대비 71.5% 줄었다. 부문별로는 전년 2분기 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화장품사업 부문이 올해 2분기 45억 원으로 급감했고, 생활용품 부문은 전년 2분기 21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6억 원으로 줄었다. 2분기 전체 매출액은 1573억 원으로 전년 동기(1742억 원) 대비 9.7%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애경그룹은 인수를 위한 TF를 꾸리고 진용을 갖춰 나가고 있다. 삼성증권을 금융 자문사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일PwC를 각각 법률 자문사와 회계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파트너를 끌어들이는 일에도 분주하다. GS그룹에 공동인수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애경과 GS 모두 공동인수설을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재무적투자자를 모집 중인 애경이 물밑으로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은 정유사업 때문에 항공사와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면서 인수 후보로 지목됐지만, 굳이 애경과 공동인수를 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드러난 것보다 숨은 부채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애경그룹이 이를 감당할 여력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애경그룹이 완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사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등을 들여다보려는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밝힌 적은 없다”며 “아직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가습기살균제 참사 8년 만에 “반쪽짜리 사과” 비난 여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은폐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증인 80명, 참고인 18명을 채택해 12시간 이상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특조위가 채택한 애경산업 측 증인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 8인이다. ‘가습기메이트’의 판매사인 애경산업은 그간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임을 강조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애경산업 측 증인들은 ‘반쪽짜리 사과’에 그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청문회에는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과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이 애경산업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채 부회장은 “피해자분들과 소통하고 협의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사과했지만, 피해배상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그에 맞게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 또한 성실하게 지겠다”고 말하며 답변을 유보했다. 또 안 전 대표는 “사건 발생 당시 소비자들의 불편 호소에도 검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과 관련해 “애경산업에서 담당할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피해보상과 관련해 피해자분들과 협의해왔으며 앞으로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급할 만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